[시론]신윤식/통신-방송정책 일원화하자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40분


오랫동안 표류중인 새 방송법이 정치권의 타협으로 4월중 국회에서 처리된다는 소식이다. 아직 위성방송사업에 대한 외국인 및 언론사의 개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있지만 이는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부터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주창했던 미국의 클린턴 정부는 96년 통신법을 개정, 신문 방송 통신 영상산업간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혁명적인 미디어 구조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기술적 친화성이 높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급속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멀지 않다는 것은 국내 방송 정책이 진일보했음을 의미한다.

60년대 중반 케이블(CA)TV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사업영역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방송과 통신의 중간영역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현재 CATV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대표적 미디어로 꼽힌다. 반면 우리나라 CATV사업은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 이는 통신이 가능한 양방향 CATV가 아니라 단방향 CATV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CATV망을 이용하여 통신이 가능한 양방향 CATV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CATV업무가 공보처와 체신부로 양분돼 있던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통신-방송 장벽 허물어져 ▼

부처간 이기주의로 발생한 이러한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않고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신 방송 정책을 일원화해야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깊이 논의되었으면 한다.

첫째, 통신방송산업의 전략적 육성과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위해서는 통신방송관련 제반업무를 정보통신부로 단일화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통합방송법 대신 ‘통신방송기본법(가칭)’의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방송과 통신 정책을 공보처와 체신부로 분리, 추진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기술의 발전이 뒤졌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방송의 하드웨어 부문은 정보통신부, 영상프로그램 즉 방송소프트웨어는 문화관광부식으로 이원화해서는 통신방송 융합을 선도할 수 없다. 96년 제정된 미국의 전기통신법과 일본의 21세기 통신방송통합심의회가 좋은 참고 사례라고 생각된다.

둘째, 방송위원회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통신위원회 등으로 산재되어 있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신방송위원회설치법(가칭)’을 제정, 통신방송위원회를 설치하되 이 위원회를 일정기간이 지난 후 미연방통신위원회(FCC)와 같은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업무창구 단일화 필요 ▼

현행 방송통신 관련법을 일괄 개정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통신방송위원회설치법을 마련하여 각 위원회의 현재 기능을 그대로 통신방송위원회로 이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각종 제도와 법률에 대한 연구 업무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송 통신사업자 인허가권은 현재와 같이 정보통신부가 갖되, 인허가시 통신방송위원회에 심사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의 공익성 문제는 통신방송위원회 산하에 ‘정보문화윤리위원회(가칭)’를 설치, 민간주도의 자율적 규제가 이뤄지도록 하면 된다.

넷째,작년3월정보통신부가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2010년까지 모든 TV 방송을 디지털화한다는 내용의 지상방송 디지털화 정책을 적극 추진중인 만큼 디지털 TV나 고선명(HD)TV와 같은 디지털 방송기술을 국책과제로 채택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통신방송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멀티미디어 산업의 육성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개발,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부처 이기주의에서 탈피,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를 세계 제1의 정보대국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통신방송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신윤식(하나로통신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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