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京釜高速鐵)건설사업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찬반론은 각기 그 나름의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강행론은 지금 단계에서 사업을 중단할 경우의 손실을 강조한다. 고속철사업은 92년 착공 이후 2조4천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15%의 공사진척을 보이고 있다. 사업을 중단한다면 그 사업비와 시설을 포기해야 하고 차량제작사에 지급한 차량구입비와 기술이전비 8억4천만달러도 갚아야 한다. 위약금도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약파기로 인한 국제 신인도 추락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통일에 대비한 고속철사업 진출계획이 무산되고 고속철이 완공되었을 때 기대되는 연 10만명의 고용 창출효과도 상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포기를 주장하는 측은 국가적 손실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빨리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부고속철 사업비는 당초 5조8천5백억원으로 출발했지만 93년 10조7천억원, 97년 17조6천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얼마가 더 들어야 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포기론의 근거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맞아 재원조달도 막막한데다 완공 후 경제성마저 불투명한 마당이라면 차라리 지금 손해로 막는 것이 더 큰 손실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루한 논쟁으로 시간만 끄는 동안 밑빠진 독에 물붓듯 국민혈세만 한없이 들어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찬반 양론의 전문가와 관계자들로 공청회를 열고 고속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처음부터 다시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그를 바탕으로 모든 손익을 면밀히 분석하고 강행이든 백지화든 가부간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고속철 건설을 시작한지 7년이 지났는데도 총사업비는 물론 타당성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더 지속된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엄청날 것이며 그것은 결국 모두 국민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