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곳에 가고 싶다]원주-여주 없어진 절터 답사

  • 입력 1998년 3월 26일 07시 57분


지난해 11월. ‘남들이 다 아는 유명사찰 관광은 초급이고 절터만 남은 폐사지(廢寺趾)관광이 고급’이라는 어느 학자말에 따라 나도 허영기(?)를 채우려 원주와 여주일대 흩어진 폐사지를 찾아 나섰다.

첫번째 목적지는 거돈사터. 신라시대 절터이고 지방불교가 융성하던 시절 지어진 절이다. 거돈사의 머무를 거(居)자가 클 거(巨)자로 느껴질만큼 터가 넓었다. 불국사에서 보이는 거대한 석축도 보였다.

다음은 법천사와 흥법사. 진리가 샘처럼 솟는다는 법천사는 동네 전체가 절이었다고 한다. 당당한 모습의 지광국사현묘탑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흥법사는 고려시대의 초라한 삼층석탑이 자리잡고 수십리가 절터였다는 곳.

이절들 모두 신라말 지방자치제인 분권제로 번성했던 절들이다. 인근 몇십리가 모두 절이었다고 한다. 그 농토를 중심으로 먹고 살았을 수백수천 농민들. 아름답고 화려했다던 모습도 어찌보면 고율의 세금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다 스러져갔던 사실이 흥청망청하다 된서리맞는 우리 현실을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보았다는 누구말처럼 사람은 간곳없고 지나간 세월이 꿈같다.

답사여행을 다니면서 역사를 배운다는 것외에 갖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역시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면.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은 답사의 또다른 맛을 준다.

아무 목적없이 자연을 만나고 게다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불난 집같이 떠들썩한 나라. 죄없는 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폐사지 죽은 문화를 보러가서 산문화를 느낀다.

양만석<유니컴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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