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印尼파산」대책 서둘러야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천혜의 자원을 가진 동남아의 보고(寶庫) 인도네시아 국가위기가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산불 가뭄같은 천재(天災)에다 경제위기가 휩쓸고 있다. 게다가 정정(政情)은 앞이 안보인다. 수하르토대통령의 30여년 독재 족벌체제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30분간의 선거인단 선거로 7선 대통령이 된 수하르토의 모습은 보기조차 민망하다.

▼수하르토가 66년 인도네시아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던 수카르노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데 음양으로 지원해 준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제삼세계 리더를 자처하던 수카르노는 미국과 단교 직전까지 갈 정도로 워싱턴의 신경을 건드렸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주재 대사를 소환할 만큼 다시 수하르토정권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금융기관들의 처방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수하르토정권의 독재 족벌체제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큰 것같다.

▼그러나 지금 미국도 수하르토정권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파산하면 서방도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아야 한다. 아시아국가들이 당면하게 될 금융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수하르토정권의 ‘자폭 위협’은 그 나름대로 위력을 갖춘 카드다. 요즈음의 국제환경을 보더라도 미국은 내정간섭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인도네시아 사태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문제는 우리다.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이 1월말 현재 55억달러라고 한다. 1백억, 2백억달러설도 있다. 가뜩이나 벅찬 형편에 또다시 발목을 잡힌 격이 됐다. 국제채권은행단이 구성되어 인도네시아측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하나 당장 돈을 다 받아낼 전망은 없다. 우선 국내에 미칠 인도네시아 충격의 극소화 대책부터 서둘러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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