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명건/『퇴직금도 못준다니…』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퇴직금도 못받고 5년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자니 너무 억울해요.”

9일 오후 한국노총 부당해고 고발센터를 찾은 김모씨(29·여).

지난해 말 K건설㈜에서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김씨는 실직한 지 두달이 넘었지만 퇴직금과 밀린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국내 50대 그룹에 포함되는 대기업의 계열사가 돈이 없어 퇴직금도 못준다니 말이 됩니까. 기다리다 못해 고발할 수밖에 없었어요.”

건축설계를 하던 김씨는 자신이 해고된 이유도 모른 채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담당이사에게 불려간 김씨는 ‘회사가 어렵다. 15명이 그만둬야 하는데 미스 김이 그만둘 생각은 없느냐’며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았다는 것.

김씨는 “당연히 퇴직금과 밀린 상여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달치 월급만 추가로 지급한 뒤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근로자를 해고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기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부의 제재를 받게 돼있지만 이 회사처럼 ‘배짱’을 부리는 기업은 부지기수.

올들어 한국노총 부당해고 고발센터를 찾은 5백여명중 김씨처럼 퇴직금과 밀린 임금을 못받은 실직자는 2백여명. 이들 대부분은 이른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된 사람들이다.

고발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노총 최국중(崔國重·48)노사대책부장은 “퇴직금이나 밀린 임금을 못받은 실직자들 가운데 당장 먹고 입는데 쓸 돈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들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고 말했다.

최부장은 “진정서를 노동부에 접수시키고 처리결과를 지켜보면 경영난 때문에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주지 못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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