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경조사비 「거품빼기」

입력 1998-03-05 19:57수정 2009-09-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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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로 접어들면서 월수입이 빤한 직장인들은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결혼성수기가 닥친 것이다. 혹독한 IMF체제 하에서 가뜩이나 쪼그라든 주머니 사정에 주름살을 더할 것이 확실하다. 사교육비나 외식비 교통비 술자리 등을 줄이기는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축의금과 조위금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간관계가 상당 부분 걸려 있는 탓이다.

▼경조사비 액수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개인적인 친분과 자신의 체면, 과거 자기가 받은 부조 액수, 상대방의 지위 등이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옆 동료는 얼마나 하는지 눈치를 보기도 한다. 경조사비는 누구나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드러내 놓고 말하기가 껄끄럽다. 과거 총무처 노동부 등은 직위에 따른 권장액수를 마련한 적도 있으나 잘 지켜진다는 소식은 안들린다.

▼그러나 IMF상황은 경조사비 감액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5대 도시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축의금은 종전 평균 3만8천4백원에서 2만9천7백원으로, 조위금은 3만9천4백원에서 3만7백원으로 줄었다. 경조사비에서도 거품이 걷히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낸다. 연령과 소득별로는 40대의 월소득 1백만∼2백만원 계층이 경조사비 거품빼기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경조사비 줄이기는 더욱 급격히 확산될 전망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37.2%가 IMF체제 이후 이미 줄였으며 47.4%는 앞으로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제 혼례와 장례문화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 같다. 복지부가 1인당 8백12만원의 건전혼례모형을 내놓은 바 있지만 앞으로 민간단체들도 바람직한 혼례 장례모형을 개발하는 데 힘써주면 좋겠다.

육정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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