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 리포트 ⑦]말聯「MSC 프로젝트」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03분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가량 달리면 신도시 ‘사이버자야’에 다다른다. 도로변 곳곳에 세워진 ‘멀티미디어슈퍼코리도(MSC)―사이버자야’라는 이정표를 따라 야자나무 밀림 사이의 샛길로 접어들어 거대한 원유저장단지를 지나면 사이버자야의 입구. 불도저와 포클레인으로 정지작업이 한창인 공사현장을 지나자 야트막한 구릉위에 새로 지어 아직 페인트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아담한 말레이시아 전통식 건물이 등장한다. 이곳이 바로 MSC의 건설을 주도하는 ‘멀티미디어개발회사(MDC)’의 사무국. MDC는 말레이시아가 21세기의 국운을 걸고 콸라룸푸르 일대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견줄 만한 첨단정보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설립한 국영회사다. 얼굴만 드러내는 말레이시아 여성 전통복 ‘투동’ 차림의 홍보담당 매니저인 로디아 이스마일이 환하게 웃으며 마중나온다. 완공된 10여동의 건물이 말레이시아 전통양식에 단층으로 지어진 것도 인상깊었지만 첨단 정보사회를 추진하는 이곳에서 말레이시아 전통복장을 입고 근무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예정대로 올 1월 콸라룸푸르에서 이곳으로 이전했습니다. 여기저기 널린 습지를 매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올 9월경 총리공관 등 행정부를 바로 옆 푸트라자야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설명하는 이스마일의 말에 힘이 넘친다. 마하티르 총리가 MSC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은 2년반 전인 95년8월. 당시 마하티르총리는 새로운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의 기공식 현장에서 이 계획을 발표했다. MSC란 북쪽의 콸라룸푸르와 현재 신국제공항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남쪽의 세팡 지역까지 길이 50㎞, 폭 15㎞의 거대한 회랑지역을 말한다. 이곳에 2000년까지 외국자본을 포함해 2백억달러(약 32조원)를 들여 최첨단 정보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중심에 새로운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와 첨단기업 대학 연구기관이 밀집한 사이버자야 등 2개의 인텔리전트 도시를 만든다. 세계의 정보통신 업체 5백개를 유치하고 기술을 흡수해 말레이시아는 2020년에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겠다는 것. 목표대로 해마다 7%의 경제성장을 거둔다면 23년 뒤 말레이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95년 4천2백36달러(약 6백77만8천원)에서 1만5천달러(약 2천4백만원)가 된다. 회랑의 전체 면적은 서울(6백5㎢)보다 24%나 더 넓은 7백50㎢. 이 단지 안에선 정부기관과 기업, 가정과 학교 병원의 컴퓨터가 지하 1만3천여㎞의 광케이블과 저궤도 통신위성으로 연결된다. 푸트라자야의 관청타운에서는 탁상 위의 서류가 없어지고 컴퓨터가 행정서류를 대신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외적인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푸트라자야 서쪽에 있는 사이버자야의 건설이다. 정부는 이곳에 소프트웨어 비메모리반도체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고 개발하는 세계적 정보통신 전자업체 5백개를 유치해 아시아 정보통신의 ‘허브(중심)’로 육성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다. 기업 유치조건은 다소 파격적이다. 10년간의 면세혜택과 값싼 통신요금, 국내외 지적 노동자(골드칼라)의 무제한 고용 등 10개항의 우대조건을 담은 ‘보장규정’도 마련됐다. MSC계획 발표 초기 말레이시아 안팎에서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은 관심이 없는데 고위층만 정보화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더욱이 이 계획을 추진할 만한 고급 컴퓨터 인력도 부족하다. 여기에 사업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정보사회를 이끄는 세계의 리더로서 부상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MSC 건설 발표 후 2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 자신이 지난해초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을 돌며 유치작전을 폈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러클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NEC 등과 같은 세계적인 업체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MSC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외국기업의 수는 1백3개에 이르렀다. 1월에는 사이버도시의 기반이 될 1만1천8백40㎞의 해저광통신망을 깔아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8개국과 연결했다. 국제사회와 고속으로 접속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MSC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계획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정부는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MSC를 추진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올 한해에만 10억링기트(2억5천만달러, 약4천억원)를 지원한다. 최근 다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도 경제사정이 나빠졌지만 그럴수록 MSC사업에 대한 지원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이버자야〓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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