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호/DJ취임 기대와 격려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94년 그가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전총리와 벌였던 ‘아시아의 민주주의 논쟁’이 떠오른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놓고 벌어졌던 이 논쟁은 아시아의 정치발전이나 경제발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발단은 당시 포린 어페어스 3, 4월호에 실린 리콴유의 기고문. 그는 이 글에서 “가족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는 동양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착근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아시아의 경제발전도 민주주의보다는 가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문화가 그 원동력이 됐다”는 논지를 폈다. 김대통령(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의 반론은 포린 어페어스 11, 12월호에 실렸다. 그는 “민주주의란 보편적인 가치이지 문화에 따라 맞고 안맞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리전총리의 주장은 자칫하면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쯤은 유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낳아 개발독재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3년. 김대통령은 이제 그 때의 주장을 실증해 보일 기회를 맞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보편성을 거듭 강조했다. 어디서건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있고 민주주의만 제대로 되면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수레의 양 바퀴 같아서 함께 가야 하고 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아시아 지도자중 드물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방언론이 그의 취임을 기대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이재호<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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