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KBS「신TV 문학관」/「오늘도 나는…」

  • 입력 1998년 2월 25일 08시 07분


지난해 3월 이후 슬그머니 종적을 감추었던 KBS의 ‘신TV 문학관’의 문이 다시 열린다. 다음달 1일 밤10시반 1TV에서 방송할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송기숙의 소설 ‘당제(堂祭)’를 원작으로 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주인공 마동욱(김명곤)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수몰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자의 아픔을 그린 드라마다. 연출자 김충길PD는 ‘삼포가는 길’‘무진기행’‘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등 영상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만들어온 노장 PD. 그는 80년대초에 이미 이 소설에 매력을 느껴 작품화를 검토했지만 수몰예정지구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아 포기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실제 수몰될 마을과 이미 수몰된 마을을 찾아내 드라마 제작이 가능했다. 촬영현장은 전남 장흥군 유치면과 탐진댐. 드라마의 실제인물은 탐진댐 주변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수몰될 고향땅을 사진에 담았던 사진사 마동욱씨다. 김PD는 마씨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당제’에 마씨의 이야기를 보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픔을 담은 영상 에세이를 만들어냈다. 마동욱의 어린 시절 친구로 고향을 떠나지 않고 시를 쓰며 살아가는 극중 인물 용호는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씨에게서 따온 이미지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은 정겹고 아름다운 산골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상의 아름다움이다. 풀벌레 소리와 반딧불이, 갈대숲을 날아오르는 철새떼, 맑디맑은 물에서 튀어오르는 고기들, 곧 물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정겨운 초가집의 툇마루와 디딤돌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물속에 가라앉고 말 집의 문에 창호지를 다시 바르는 큰아버지, 마을이 수몰된 뒤 거룻배를 타고 이제는 꼭대기만 보이는 집 뒤 언덕바지에서 부표를 띄운다. ‘동수야, 여그가 니그집이다. 아부지가.’ 부표를 두고 노를 저어 물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노부부의 뒤로 십수년이 지나도록 떨쳐내지 못하는 실종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길게 드리워진다. 도입 부분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김명곤 이신재 박승태 김재건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드라마를 받쳐준다. 그러나 ‘신TV 문학관’을 TV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한편당 제작비가 1억원이 넘게 들어 ‘저비용 고시청률’을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수작의 산실도 구제금융시대의 된서리를 맞아 TV에서 사라지게 됐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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