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공해 세상」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울산 울주군 청량면의 오대 오천마을 주민들이 겪고 있는 환경오염피해는 매우 특이한 사례로 꼽힌다. 1만여주민들이 90년대 초부터 들끓기 시작한 모기떼에 시달리다 못해 마침내 집단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모기떼의 극성이 어느 정도이기에 고향을 등질 결심까지 할까.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상황이다. 모기떼가 철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는 이유는 울산공단에서 24시간 방류되는 더운 물이 마을 근처의 갈대숲에 흘러들면서 갈대숲이 거대한 모기산란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기는 그래도 눈에 띄니 나은 편이다. 식수나 공기를 통한 중금속오염은 눈에 보이지도 않아 제때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번 체내에 흡수되면 배출되지 않고 장기간 축적됐다가 치명적인 공해병을 일으킨다.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이 대표적인 경우다. ▼울산공단 인근의 3개 초등학교 학생 3백84명과 공단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언양의 한 초등학교 학생 1백명을 대상으로 체내 중금속잔류량을 비교한 결과 공단지역 초등학생들의 납 비소 아연 체내잔류량이 언양지역 초등학생보다 최고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조사대상이 된 3개 초등학교는 이미 지난해 교육부에 의해 폐교 또는 이전지시를 받은 울산의 5개 초등학교와 1개 중학교에 포함돼 있다. 이들 학교는 교실의 공기가 중금속으로 크게 오염돼 더 이상 정상적인 수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 ▼공단 인근의 학교 교실뿐일까. 납 성분이 가득한 매연을 마시며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울산의 초등학생들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숨쉬지 않는 게 사는 길”이라는 한 환경학자의 자조적인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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