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권상政改審위원장『소선거구제下 개혁은 공염불』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정부조직개편안마련 작업을 총지휘한 박권상(朴權相)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 위원장은 3일 “이번에 마련한 개편안이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의 안”이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원만한 처리를 기대했다. 박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개위의 개편안이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조장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치구조개혁작업과 관련, “당사자들에 의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들이 이 작업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자체평가는….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짧은 심의기간 등 여건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최선의 안이라고 생각한다. 공개적인 작업으로 충분한 사전검증을 거쳤고 위원들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분들로 구성됐다. 국민여망과 현실을 조화시킨 균형의 산물이라고 본다.” ―정부조직개편작업의 기본원칙은…. “첫째는 새정부가 위기관리정부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에 초점을 맞췄다. 둘째는 국제질서에 발맞춰 시장이 국가를 지배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정부조직의 감량화를 목표로 했다. 셋째는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의미에 걸맞게 민간주도형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가 청와대 직속이 된 데 대해 권력집중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은 오해다. 능동적인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중심에 서고 앞장서야 한다. 대통령중심제는 예산과 인사 등 모든 국정에 대해 대통령에게 최종권한과 책임이 있다. 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해 왔는데 이는 또 하나의 중간관리층만 추가한 셈이다. 또 이번 개편안에서는 국무총리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에 권력집중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 ―각 부처에서 중앙인사위의 권한을 둘러싼 우려들이 많은데…. “오해에서 비롯한 기우(杞憂)다.인사위는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나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기구라는 뜻이다. 또 각 부처 인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기능을 부여한 것은 장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결격사유의 유무판정이나 유권해석 등을 통해 인사의 공정성을 보완해주자는 의도다.” ―해양수산부가 정개위안과 달리 존속쪽으로 결론이 날 전망인데…. “부처의 기능상으로는 폐지되는 것이 옳다. 1차산업(수산업), 2차산업(항만사업), 3차산업(해운업)을 한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이제 막 자리잡은 부처를 없애는 것이 비용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현실론에도 일리가 있다.” ―정무2장관실을 폐지한 데 대해 여성계에서 반발하고 있다. “영국의 대처 전총리가 ‘여권운동은 오히려 여성들을 모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성 여성을 인위적으로 구분하지 말라는 얘기다. 여성부가 있다고 해서 남존여비사상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문화적 풍토를 고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감량화는 직제조정이 관건인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부처축소개편의 취지에 맞춰 각 부처가 책임성과 자율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각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결정하겠다.” ―최대난관인 공무원 감축의 구체적인 방침은…. “공무원 감축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에 새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그러나 논의를 거쳐 필요하다면 기본방침을 건의하겠다.” ―지방행정조직과 정부산하기관도 개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방조직과 산하기관도 과감하고 대폭적인 감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앞으로 새정부가 출범하면 기획예산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정치구조개혁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적어도 시군별 대표성은 있어야 한다. 또 국회의 상설화 등 효율성이 문제이지 일개 시군의 예산에도 못미치는 국회예산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하에서의 정치개혁은 공염불(空念佛)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관위의 건의처럼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 돈 안드는 정치가 가능하고 지역당도 해소할 수 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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