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전문가진단／최우석］『政爭 그만…신뢰 회복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IMF는 꿔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재협상론」은 이같은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국내에서도 신용이 파괴돼 금융권과 기업간의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엔 마이너스성장이 불가피하다. 현재 위기는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 경제적인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강력한 권력의 구심점이 나와 국내외의 신뢰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현정권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나 임창열(林昌烈)부총리는 깨진 신뢰를 회복할 능력이 없다. 대통령당선자는 정권인수팀을 신속하게 구성해 차기정권을 조기출범시키고 국력의 낭비를 막기 위해 모든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당선자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 여론형성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IMF도 이미 한국에 자금지원을 시작한 만큼 한국이 부도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IMF에 이를 강조, 추가자금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정부가 책임질테니 믿고 따르라』고 호소해야 한다. 대통령 긴급조치로라도 금융권과 기업간의 자금흐름을 터주고 금융개혁법안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IMF 요구조건과 관련, 「재협상」을 주장하기보다는 문제점의 보완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