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정책 수정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IMF는 29일 재정경제원에 보내온 정책권고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2.5∼3%로 낮추고 경상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1%로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IMF의 이같은 권고를 대부분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든 경제주체의 뼈깎는 고통을 요구하는 초긴축(超緊縮)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지금 우리경제가 맞고 있는 위기의 핵심은 외화지불능력이 의심받기에 이른데 있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가 금융부실로 확대되는데도 정부가 수습에 실기(失機)하는 사이 금융기관의 신용도가 크게 추락했다. 그 끝에 단기외화차입이 여의치 않게 상황이 악화하면서 보유고 급감 등 외환부족은 초읽기에 몰렸다. IMF의 긴급자금은 우리의 외화지불능력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는 급전(急錢)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 보다 근본적으로 외화수급의 불안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지워진 핵심과제다. IMF권고가 성장률과 경상수지축소 흑자재정 등 초긴축에 모아진 것은 그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하고 또한 당연하다.
경제성장률의 축소는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몰아올 것이다. IMF권고대로 성장률을 대폭 낮추려면 경제전반의 감량경영이 불가피하고 임금소득 감소와 실업증가 등 큰 아픔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채와 수입의존도가 큰 경제구조에서 국제수지적자를 쉽게 감축하는 길은 그밖에 없다. 국제수지개선은 대외지불능력 불신으로 비롯된 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열쇠다.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넉넉한 시대를 기약하려면 기업쪽은 물론 개인생활에서도 소비축소와 경영합리화 등 동참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는 우리 경제의 허약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경제의 긴축운용으로 거품을 빼되 동시에 산업전반의 구조조정 또한 늦출 수 없다. IMF가 부실금융기관의 조기 정리를 권고한 것은 금융산업쪽의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산업을 선두로 전산업에 걸친 구조조정과 경쟁력제고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경제의 안정기조 유지를 위해 재정긴축은 필수적이다. IMF권고가 없더라도 물가의 5%대 안정은 우리경제의 건강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지출 축소를 위한 대형 국책사업의 시기조정 등이 성장기반을 한때 약화시킬 것이지만 지금은 새로운 발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비상시기다. 축소규모의 흑자재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각종 세금의 감면범위 축소와 일부 세목의 세율인상은 물론 정부기구의 과감한 축소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