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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10월 27일 0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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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로 자동차와 경쟁하다가 육십노인 중상」이라는 제목의 1915년 매일신보 기사를 보자.
「경성 연지동 58번지에 사는 강민원(27)이라는 자는 지나간 3일 오후 2시반 경성 종로3 정목 28번지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마침 어떤 자동차 한대가 가는 뒤를 쫓아 자동차와 더디고 속한 것을 경쟁코저 달려가던 중 그때 임정 101 오세준이 집에 사는 권성녀 61세된 노인이 지나가다가 충돌하여 권성녀는 땅에 엎어지며 얼굴을 대패질한 것과 같이 그만 인사불성에 이르고, 피는 샘솟듯 작구 흐르던 중 소관 종로경찰서에서 경관이 가서 피해자는 즉시 이상호 병원으로 보내어 치료케한 바 가해자는 본서로 인치한 후 주의하지 못한 것을 엄중히 설유하고 치료비 전액을 지불케한 후 방면하였더라」
이것은 1915년 12월 서울에서 자동차와 속도경쟁을 하다가 자동차 때문에 자전거가 일으킨 첫 사고. 당시 우리나라에는 통틀어 70여대의 자동차 밖에 없을 때 서울에는 50대의 자동차와 함께 1천1백여대의 인력거, 2천3백여대의 자전거 그리고 수많은 소달구지와 손수레들이 뒤섞여 다녔다. 이때 서울인구는약 20만명으로 자동차는 귀해서 장안백성들에게 가장 큰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단연 자전거였다. 초기에 나타난 자동차들은 아무리 빨라야 시속 50㎞를 넘지 못하는데다 그것도 시속 24㎞라는 법정속도에 묶여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래서 자동차는 종종 자전거의 경쟁상대가 됐다.
자전거는 힘만 좋으면 시속 40∼50㎞까지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의 느린 속도를 깔보다가 이런 사고를 일으켰던 것이다.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