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해태 우승까지]근성이 일군 「작은 기적」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LG와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한창 열기를 뿜던 10월 중순. 해태에선 초대형 악재가 두 개나 터져나왔다. 구단 매각설과 최고참 이순철의 한국시리즈 출전명단 제외. 재정경제원에선 해태그룹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야구단 매각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이순철은 선수생활 처음으로 팀이 출전하는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수모를 당하자 트레이드를 요구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구단 직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고백했고 선수들은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태는 안팎으로 위기를 맞은 셈이었다. 게다가 해태는 올시즌 가까스로 1위를 차지한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드러났듯이 팀으로선 사상 최약체의 전력. 지난해 선동렬 김성한의 「차포」를 뗀데다 이순철 조계현 이강철 등 간판선수들의 고령화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반면 국내 최강의 왼손타선과 중간계투진에 소방왕 이상훈까지 보유한 LG는 해태와의 시즌 전적에서 10승8패로 앞서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해태는 이 모든 불리함을 뒤로 한 채 전인미답의 사상 아홉번째 우승컵을 거머쥐는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곤경에 처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호랑이들. 해태의 우승비결은 바로 이것이었다. 한편 해태는 아홉번 우승하기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6승2무9패로 0.787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잠실구장에선 12승1무2패로 0.833, 광주구장에선 14승3패로 0.824의 경이적인 승률을 올렸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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