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취업박람회장의 母情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뒷바라지해주면 엄마가 해야 할 의무는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23일 오후 취업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 한 50대 부인이 젊은 사람들 틈을 부지런히 비집고 다녔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씨(52). 그는 이날 큰 아들(29) 대신 입사지원서를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아 왔다. 『아들이 직장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편하게 집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어요』 아들이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해도 별 걱정이 없던 김씨였다. 아들은 비록 지방대를 다녔지만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는 것. 『전 과목 학점이 A인데다 토익점수도 8백20점이나 되니까 어디든 쉽게 취직되리라 믿었죠』 그러나 김씨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아들은 입사시험에서 거푸 쓴잔을 마셨다. 아들은 서울 소재 대학원에 진학한 끝에 올해 초 대기업 계열사에 취직을 했다. 그러나 가족의 기쁨도 잠시였다. 회사가 부도위기를 겪으며 아들의 장래가 불투명해진 것. 아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되자 이때부터 김씨에게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매일 아침 신문을 보며 사원모집 광고가 있으면 일일이 스크랩을 해두는 것. 아들 대신 원서를 받아오고 작성한 원서를 제출하러 가는 것도 김씨의 몫이다. 『내 아들뿐만 아니라 여기 와있는 학생들을 보노라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까지 마쳤는데 또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어가늙㎟渦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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