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과달라하라대 문학연구과 정권태교수(37)는 요즘 일시 귀국해 주역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11월 개원예정인 이 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한국식 주역을 강의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연구소의 초대소장을 맡게 된다.
『동양문화연구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멕시코에서 최초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연구소가 될 겁니다. 일본에 관한 한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로 된 일본어사전도 발간된 지 오래지만 한국은 대우 삼성 등의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미지의 대륙이거든요』
동양문화연구소에서는 일반인과 대학원생을 위한 한국어강좌부터 시작해 주역 도산학 퇴계학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자료지원을 받기 위해 고려대 경희대 경남대 등과 자매결연했다. 일반인을 위한 한국어강좌는 지난 3월 개설돼 현재 2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90년 과달라하라대교수로 부임한 직후 한 대중강좌에서 「한국에도 문학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충격이었지요. 그후 한국시선(詩選)을 번역해낸다, 한국문화예술인들을 초빙해 95년부터 「한국문화주간」을 갖는 등 한국알리기에 분주하다가 학교측의 이해를 구해 연구소를 열게 됐습니다』
한국인의 멕시코에 대한 관심은 적지만 동양의 선(禪), 불교에 관심이 많은 멕시코에서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것이 정교수의 얘기. 올초 정교수가 멕시코의 유력출판사인 브엘타에서 펴낸 오세영시인의 시선집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