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내일부터 18일 동안 정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번 국감(國監)은 연말 대선일정 때문에 기간도 줄었고 관심과 열기도 예년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분위기에 휩싸여 있다해도 국감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국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매년 정례적으로 행정부를 감독 감시하고 이를 통해 입수한 자료로 입법 예산심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감은 선거나 일시적인 정치일정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대선을 이유로 국회가 국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고유권한과 임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여야의 태도를 보면 이번 국감은 「대선 그림자」에 가려 수박 겉핥기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시선이 모두 대선 쪽으로만 쏠려 있는데다 공무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미소작전마저 엿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공무원들을 윽박지르거나 무리하게 자료요구를 해서는 안되겠지만 선거 때일수록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철저한 감시 감독은 더욱 필요하다. 여야는 표를 의식하지 말고 문제를 냉정하게 따지고 해결책을 찾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감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수감태도 또한 중요하다. 정권교체기라고 해서 의원들의 눈치나 보며 어물쩍 넘기려는 안일한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선거때문에 안팎이 어수선하더라도 국정은 국정대로 수행한다는 공직자의 흔들림없는 자세가 필요하다. 충실한 자료 준비와 성실한 답변으로 국정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국감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국정 담당능력을 시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건주의식 폭로나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여야는 차분하면서도 빈틈없는 준비로 국감의 원래 목적에 충실하는 것이 대선에서 유리한 자리에 설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