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기태/「고려인 강제이주」故國의 무관심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16분


일본인들이 그들의 「세계화」를 자랑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국가수장은 세 사람이다. 일본에 1명, 페루에 1명 그리고 서태평양 팔라우에 1명』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도, 팔라우의 나카무라 대통령도 일본인이라는 이같은 자부심 뒤에는 각지로 퍼져나간 자국민들을 배려해온 일본정부의 주도면밀함과 현지 깊숙이 파고들어 원주민의 생활상과 역사 문화를 샅샅이 보고한 일본 학자들의 열성이 있다. 어디서고 「세계화」의 목소리가 드높은 오늘, 지구촌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 동포들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은 러시아고려인협회가 기획한 행사 「회상의 열차」에 동승하면서 『옛 소련지역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로 좁혀졌다. 「친교(親交)는 고통을 나누면서부터」라는 러시아 격언을 떠올린다면 현재 러시아지역 고려인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남의 일 보듯 하는 수준 아닐까. 이들이 「사춘기에 받은 상처」처럼 간직하고 있는 「37년 고려인 강제이주」사건은 소수 열성적인 언론인과 학자들의 보고를 제외한다면 국내에 거의 알려진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물론 한―소 수교가 89년에야 이뤄졌다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8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대한 애정이 부족했다고 자인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무관심, 허다한 세월 「사실 없는 논쟁」으로 소일했던 사학계…. 지난 37년의 강제이주자는 17만여명이었다. 현재 이들은 45만명으로 늘어났다. 헤어진 혈육, 보상받을 길 없는 가산피해를 원초적 기억으로 안고 살아가는 이들. 그 고통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누는 것은 경제적 진출과 함께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동포애가 아닐까. <모스크바=권기태·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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