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대책 배경]심상찮은 금융위기『뒤늦은 처방』

  • 입력 1997년 8월 25일 20시 17분


만신창이가 된 국내 금융시장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칼」을 뽑아들었다. ▼정부 태도 왜 바꿨나〓한보 진로 기아 등 대그룹이 잇따라 쓰러지고 이들에게 수조원의 자금을 대줬다가 한꺼번에 떼인 금융기관이 휘청거리는데도 정부는 그동안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정부의 「개입거부」논리는 △국내 경제의 기반은 여전히 튼튼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위기는 일시적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개별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어려워졌다는 것. 그러나 사정은 다급해졌다. 제일은행 등 일부 부실은행이 장기채권 발행도 못할 상태로 신용등급이 추락할 조짐인데다 종금사의 외화자금난으로 환율상승을 부채질하는 등 「금융위기」가 심상치 않은 수준까지 치달았기 때문. 이렇게되자 「시장원리」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던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도 대선(大選)을 앞둔 정치권과 경제계의 거듭된 「위기론」에 항복하고 만 셈이다. ▼정부의지 확고한가〓재경원은 은행 종금사 등 국내 금융기관(해외 점포 포함)의 도산을 방치하지 않겠으며 대외채무에 대해서는 정부 신용으로 보증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특정 금융기관이 경영난으로 대외채무를 불이행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정부가 대신 지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명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듯. 금융연구원 朴在夏(박재하)연구위원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을 기피하던 외국 금융기관에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효과 얼마나 될까〓제일은행에 대한 한은특융은 평균자금 조달비용수준인 연 8.5%여서 일반대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제일은행은 수지보전 차원보다는 신인도 하락을 막는 「방어벽」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한은 환매채(RP)거래대상에 종금사를 포함시키고 대외채무상환을 정부가 보증, 원화 및 외화 자금난 해소에 「단비」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업공사의 부실정리기금에 3조5천억원을 배정, 「단기적으로 금융기관의 파산위험만 막아주되 장기적으로 금융권 전체의 대폭적 구조조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내비쳤다. ▼시장 안정될까〓이번 대책으로 국내 외환 및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당장은 기아사태의 해결 여부가 관건이며 대그룹의 연쇄부도 불씨도 악재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과 기업간에 짙게 드리워진 신용공황을 불식하는 것은 요원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아사태가 장기화하고 대기업 부도가 잇따르는 한 정부 대책은 단기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강운·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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