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윔블던 잔디코트의 주인은 누가 될까.」
1877년 창설돼 올해로 1백20주년의 장고한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테니스대회가 23일 개막돼 다음달 6일까지 2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영국 런던 교외에 자리한 윔블던코트는 흰색 옷의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성만큼이나 전세계 테니스 선수들에게는 일생에 한번쯤 밟아보고 싶은 한없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
그랜드슬램대회가운데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벌어지는 이 대회는 공의 속도가 여타 코트보다도 빠른 잔디의 특성상 강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펼치는 서비스앤발리 플레이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특징이다.
남자부에서는 지난 93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세계 1위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2년만의 정상복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샘프라스는 이후 프랑스오픈을 비롯해 각종 투어대회에서 잇따라 중도탈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위력적인 서비스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네트플레이로 볼때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
여기에 2차례에 걸쳐 결승에 올랐던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와 지난해 패자 리하르트 크라이첵(네덜란드)등 대포알 서브를 자랑하는 강서버들이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세계랭킹 3위인 이바니세비치가 2번시드를, 6위인 크라이첵이 4번시드를 받은것도 지금까지 잔디코트에서 보여준 이들의 강세를 대변해주고 있다.
또 최근 서브앤발리 플레이어로의 변신에 성공한 `96프랑스오픈 우승자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와 역대 최고인 시속 2백29㎞의 「광속서브」를 구사하는 마크필립포시스(호주)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으로 꼽힌다.
여자부에서는 올해초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후 최연소로 세계 정상에 오른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윔블던마저 재패할 수 있을지가 최대 흥미거리.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이바 마욜리(크로아티아)에 덜미를 잡혀 연승행진을 멈췄던 힝기스는 특유의 한박자 빠른 타법으로 속도전에 강한 면을 가지고 있어 슈테피그라프(독일)가 없는 윔블던 무대를 무난히 평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6개의 그랜드슬램대회 타이틀을 차지했음에도 유독 윔블던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세계 2위 모니카 셀레스(미국)의 기세도 만만찮다.
셀레스는 부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최근 전성기때의 기량을 되찾고 있는데다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도 힝기스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바 있어 힝기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