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유엔 난민판무관 로빈슨 아일랜드대통령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12일 공석중인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에 선임된 아일랜드의 현직 여성대통령 메리 로빈슨(53·사진)의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아일랜드의 명문 트리니티대 수석졸업후 최연소 교수(25세), 최연소 상원의원을 거쳐 46세때인 90년 보수적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줄기찬 사회개혁으로 90%에 달하는 높은 지지를 확보, 「아일랜드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보수적 가톨릭 국가에서 보수와 편견에 맞서 여성과 소수집단을 위해 싸워 온 「운동가 로빈슨」의 「투쟁성」때문에 그를 고등판무관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알려진 좌익 변호사 출신의 로빈슨은 이미 70년대에 이혼과 피임의 합법화를 주창, 실질적인 여성해방을 시도했다. 당시로선 파격에 가까웠던 낙태허가법과 동성연애차별금지법을 입안하기도 했다. 지난 92년 소말리아에 이어 94년에는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학살의 현장이던 르완다를 방문, 구호활동을 펼쳐 행동파의 면모를 전세계에 과시했다. 일본의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에 이어 또다시 여성 책임자를 맞은 UNHCR는 내년으로 다가온 유엔 인권선언 50주년을 앞두고 인권보호 활동에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로빈슨은 올해말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대로 유엔에 합류, 전세계적인 난제로 떠오른 난민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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