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6)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9〉 그 후로도 나는 동굴 속으로 내려지는 산 사람들을 차례차례로 죽인 다음 그 식량과 물을 빼앗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손에 죽은 사람 중에는 노인도 있었고, 건장한 남자도 있었고, 그리고 더없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알라의 자비가 있기를! 내가 무덤 속으로 들어와 이렇게 모진 목숨을 이어간 것도 어언 육 개월이 지난 어느날이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던 나는 무엇인가 동굴 한쪽 구석에서 시체를 쑤석거리며 흙을 파헤치고 있는 기척에 깜짝 놀라며 눈을 떴습니다. 시체를 뜯어먹는 이리나 하이에나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며 나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해골의 다리뼈 하나를 거머쥔 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후다닥 동굴 안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짐작컨대 그것은 늑대나 들개처럼 땅을 파는 동물 같았습니다. 나는 그 동물이 사라진 쪽 굴을 따라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겨놓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다보니 저 멀리 별빛만한 광선이 하나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빛은 점점 더 크고 밝아졌습니다. 그것은 이 어두운 동굴에 나있는 틈서리로서 바깥 세상과 통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깥 세상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자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반신반의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이 틈서리에는 무슨 곡절이 있을지도 몰라. 나를 빠뜨리기 위한 또 다른 동굴 입구일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라면 자연히 생긴 바위 틈서리이거나』 그래서 나는 한참 동안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끝에 나는 다시 그 틈서리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선은 산등성이 틈으로 비쳐들어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본래 그 틈서리는 그다지 넓지 않았는데 시체를 파먹기 위해 짐승들이 들락거리면서 더욱 넓어진 것 같았습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짐승들의 비밀 통로였던 것입니다.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갑자기 기운이 나고 희망이 솟아올랐습니다. 바위 사이로 난 좁은 틈바구니를 따라 나는 기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나가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확 밝아졌습니다. 드디어 나는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암굴 속에 살았던지 마구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이 얼굴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습니다. 동굴 밖으로 나온 나는 그러나 여기가 대체 어딘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강렬한 빛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나는 눈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은 바다쪽을 향하여 난 산기슭이었습니다. 그곳은 저잣거리의 반대편으로서 아주 험준하여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내가 굴 밖으로 나온 것을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이젠 살았구나! 오! 이젠 살았구나!』 나는 이렇게 소리치며 설레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동굴에서 나를 구해준 알라를 칭송하며 감사드렸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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