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밖에선 『인기만점』 집에선 『잔소리꾼』

  • 입력 1997년 6월 7일 09시 15분


40대 주부인 김모씨는 요즘 들어 더욱 자신의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집에 들어오면 아내에게 필요한 것 시키고 야단치는 것 외에는 아무 대화도 갖지 않는 남편 때문이다. 애정 표현은 고사하고 잔소리나 안했으면 좋겠다. 그런 남편이 밖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더욱 힘들게 만든다. 회사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인간성 좋고 의리있는 남자로 통한다. 어쩌다 부부 동반 모임이 있을 때 그의 이중적인 태도는 (아내가 보기에) 절정에 이른다. 집에서는 거의 보이는 일이 없는 뛰어난 유머감각과 깍듯한 매너로 모임을 주도한다. 속 모르는 남의 아내들이 『저렇게 멋있는 남편과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부러워할 때마다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런 남자는 대개 나르시스틱한 경향이 강하고 열등감이 심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열등감을 보상받고 모든 사람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가 뿌리 깊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므로 아내의 상처 또한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밖에서 과도하게 신경을 소모하므로 집에서는 조금만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참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잊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남의 이목이나 평가보다는 가정이, 아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잊고 있다가 아내가 참지 못하고 떠나버리면 뒤늦게 자신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 성격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행동은 학습되는 것이다. 외부세계로 뻗쳐 있는 관심을 안으로 돌려 먼저 아내에게, 가족들에게 인정받도록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 양창순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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