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허남/자전거 전용路 확대하자

  • 입력 1997년 4월 28일 08시 57분


대도시의 교통난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첩경은 자전거타기를 실천하는 길이다. 하지만 웬만한 도시에는 자동차에 밀려 자전거 다닐 곳이 없어진지도 오래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30년 후의 우리네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해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중부유럽에서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이 젊은이는 물론 나이많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다뉴브강변을 따라 체코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못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가 시원스레 뚫려 있다. 여름이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숙박을 할 수 있는 시설도 많다. 기차에도 자전거칸이 별도로 있다. 자전거를 싣고 멀리 여행을 떠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기차편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역마다 자전거를 보관하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그런가하면 빈에서 자전거를 빌려 기차여행 틈틈이 타다가 다른 역에 자전거를 내려놓고 떠나도 되는 등 편리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이용 요금도 그리 비싸지 않아 대중적이다. 우리 실정은 어떤가. 외국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닐 분위기를 한꺼번에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신도시 건설 때는 일산의 호수공원처럼 자전거 천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아직도 지방에서 서울 도심까지 자전거로 가기는 무리한 여건이다. 하루 빨리 복잡한 도심지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어야 교통난과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역마다 자전거보관소를 늘리는 일도 늦춰서는 안될 시급한 과제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법적 뒷받침도 마련돼 있으니 이제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면 우리 나라도 외국 영화에서 보듯 그림같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면 건강증진 환경보호 교통난해소 주차난해소 에너지절약 등 1석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외국에서는 통행의 우선권도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순이라고 한다. 자전거 운전자에 대해 늘 양보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광경은 흔하다. 우리 자녀들이 자전거를 끌고 거리로 나가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자. 허남 <자전거사랑 전국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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