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사랑의 신비〈26〉
비록 그것이 헛것이라 할지라도 파리자드는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뻐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러나 정원사의 환영은 파리자드가 다가가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미끄러지듯이 뒤로 물러나곤 했다. 파리자드는 다시 다가갔고, 정원사의 환영은 다시 뒤로 물러나곤 하는 동안 어느덧 그녀는 그 깊은 가시덩굴에서 빠져나와 화원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파리자드 자신은 그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오직 아버지에게로 다가가려고 애를 쓸 뿐이었다.
가시덩굴에서 나와 길로 접어든 뒤 파리자드는 좀더 빠른 걸음으로 아버지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정원사의 환영은 언제나 저만치 앞에서 다정스런 미소를 짓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한 아버지가 좀 야속하게 느껴져 파리자드는 소리쳤다.
『오, 아빠!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세요. 제가 얼마나 아빠를 그리워했는지 알기나 하세요?』
그런데도 정원사의 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었다. 파리자드는 그러한 정원사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부지런히 걸었다. 그때 동쪽 하늘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 곧 날이 밝으려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하여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오, 파리자드, 나의 주인 파리자드, 무사히 돌아오시는군요』
그것은 그러고보니 마법의 화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말하는 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정원사의 환영은 떠오르는 태양 빛에 사라지는 별빛과 같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버지, 제발 기다려주세요!』
정원사의 환영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파리자드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한번 사라진 환영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서야 파리자드는 문득, 그 옛날에 그녀의 양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어린 그녀의 손을 붙잡고 했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어둠 속에서 내가 이 아이의 길을 인도하게 해 주소서!』하고 기도했던 말 말이다. 친애하는 나의 독자들이여, 자비로우신 신 알라께서는 믿는 자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으시는 일이 없으니, 늙은 정원사는 그때 진심으로 그의 마지막 소원을 기도한 바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 알라께서는 마침내 거기에 응답하셨던 것이다. 오직 찬양할 뿐이로다!
말하는 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파리자드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그것은 아까 가시덩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가시에 찔린 상처였다. 게다가 가시의 독성이 퍼져 그녀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말하는 새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파리자드! 파리자드! 당신이 길어온 마법의 우물 물을 상처에 바르세요』
그러나 파리자드는 그때 이미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말하는 새는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새장에서 나오더니 항아리 속의 물을 부리로 머금어 파리자드의 상처에다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상처는 씻은 듯이 나았고 그녀는 차차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