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아랍에미리트연합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의 아침시간은 1분 1초가 아까울만큼 숨가쁘다. 회사 출근시간이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빠른데다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없어 학교통학버스를 놓치는 날이면 7천원의 택시비를 들여 아이를 30분이 걸리는 학교까지 직접 데려다주어야 한다. 며칠 전 집사람은 아이의 통학버스를 놓쳐버렸다.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학교에 도착해 보니 학교에 왔던 학생들이 오늘은 휴일이라며 다시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더란다. 이유는 아즈만(7개의 에미리트 중 하나)왕의 모친이 작고해 전 UAE가 공휴일로 선포됐다는 얘기였다. 집사람은 『인구 10만명도 안되는 미니 토후국의 통치자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전연방을 공휴일로 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학교에서 미리 집으로 통보해주었으면 헛고생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며 교장선생님께 항의했지만 교장선생님 말씀은 『내가 어떻게 정부에서 갑자기 발표하는 공휴일을 알아 각 가정에 통보하느냐』는 것이었다. 이곳 UAE의 국경일은 1월1일, 이드 알 피트르(라마단 종료 후 축제) 이드 알 아드하(순례종료 후 축제) 모하메드 탄신일, UAE 창설기념일 정도가 고작으로 10일 내외다. 또한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처럼 공휴일이라 해서 달력에 빨간색 표시를 해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휴일은 달을 보고 위원회에서 전날밤 10시경에야 공표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정확히 언제부터 공휴일이 시작되는지 알지 못한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는 사전통보 없이 불쑥 찾아오는 공휴일을 대부분 무의미하게 보내고 말았다 대통령의 수술결과가 좋다고 국가경축일로 정해 전국민이 기뻐하고 한 조그만 토후국의 통치자 모친이 작고했다고 온 국민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치자의 즐거움과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는 아랍인들에게 순간 부러움을 느꼈다. 정영화(두바이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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