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이 훈기자] 「킥복싱」과 「닭싸움」의 나라 태국.
세계에서 가장 거친 축구를 구사하는 두 나라를 꼽으라면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중 보다 악명높은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태국이다.
한국은 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지난 71년이후 24승2무5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좀 달랐다.
「축구 도박」이 생활화된 탓에 경기에 목숨을 건 듯한 살벌한 응원과 찜통 더위, 경기를 망치는 얄궂은 비때문에 늘 허덕이다 고전하기 일쑤였다. 원정경기 7승6패(71년이후)의 상대전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태국 관중들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상대편 선수들의 버스에 「돌팔매」로 겁을 주는 것이 일반적. 배짱이 없는 선수는 여기서 벌써 주눅이 든다.
경기중에는 코너킥을 제대로 할수 없을 만큼 깡통과 돌이 날아들고 경기장 곳곳에는 유럽의 「훌리건」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친 몸동작과 야유로 상대 선수들을 위축시킨다.
그라운드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태국 선수들의 태클은 한단계 높고 깊다. 자칫 태클을 피하지 못하면 경기중 실려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중전에 약한 한국의 약점을 이용, 경기전 잔디에 물을 흠뻑 뿌리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악조건.
이 때문에 오는 3월2일 벌어질 태국 원정경기도 상황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차범근호에는 이같은 악조건속에서 선수들을 독려할 리더가 없다. 황선홍 홍명보 하석주 등 고참들이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
차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편 선수들에게 자제와 냉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험없는 선수들이 이를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