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81)

  • 입력 1997년 1월 25일 20시 21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71〉 제 이야기를 듣고난 교주님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대는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 가만히 있었는가? 어찌하여 이 끔찍한 놈들과 함께 있게 되었는가? 그대는 혹시 나이는 많지만 지혜는 모자라는 반편이가 아닌가?』 교주님의 이 말을 듣자 저는 펄쩍 뛰면서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저는 뚱보 늙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이는 저의 여섯 형들과 구별짓기 위해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랍니다. 이래봬도 저는 지식이 많고 사리분별도 있고 지혜도 있지만 워낙 입이 무거운 탓에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부른답니다. 저의 작업은 이발사입니다. 제가 이 열 명의 도둑님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된 내력을 말씀드리자면, 어제 아침 일찍 집을 나오는데 이분들이 배를 타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분들이 결혼잔치에 가는 줄로 짐작하고 함께 배에 올랐던 것 뿐이랍니다. 왜냐하면 그런 데라면 저같이 지혜로운 사람이 끼어야 자리가 더욱 빛날 테니까요. 그런데 배가 강 건너편 기슭에 닿자 경비병들과 호위병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사람들 목에 쇠사슬을 걸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목에도요. 그러나 저는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 입을 다문 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원래 성품이 관대한지라 그들의 그 다소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주었던 것입니다』 교주님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계셨고 저는 계속해서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열 명의 도둑들과 저는 임금님 앞에까지 끌려나오게 되었고 저 열 사람은 끝내 목이 달아났던 것이랍니다. 그런데도 저는 끝내 제 신분을 밝히지 않고 망나니 앞에 목을 내어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오직 제가 예절바르고 아량이 있는 탓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이 도둑들과 함께 사형을 달게 받을 생각을 할 수나 있었겠습니까. 저는 일생 동안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사귀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에게 악으로만 보답한다는 것은 실로 모순이 아닐 수 없지요』 교주님은 제 말을 들으시고 제가 아주 아량이 넓고 말이 없는 사람이고 그리고 주제넘은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것을 아시고 뒤로 벌렁 나자빠질만큼 웃으셨습니다. 그런데도 다리를 저는 바드다드에서 온 그 젊은이는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위험 속에서 구해주었는데도 저를 수다쟁이라고 욕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굳이 그 젊은이를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량이 넓은 사람이니까요. 그야 어쨌든 그때 교주님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여보게, 뚱보영감. 아까 그대가 말한 그대의 여섯 형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지혜나 학문이나 입이 무거운 성격이 그대와 똑 같지가 않은가?』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천만에요. 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저를 저의 형들과 비교하신다는 것은 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이 많고, 버릇 없고, 진실되지 못했던 까닭에 저의 형들은 모두 불구가 되고 말았는데 그런 형들과 저를 비교하시다니요』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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