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69)

  • 입력 1997년 1월 12일 19시 44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9〉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발사는 신이 나서 지껄여대고 있었는데 그러한 그를 바라보면서 나는, 저러다가 쓸개주머니가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나는 하인을 불러 말했습니다. 「저 미친 이발사에게 사분의 일 디나르짜리 한 닢을 줘서 쫓아버려라. 저놈을 만드신 신의 이름으로 내쫓아버려라. 오늘은 머리를 깎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발사는 소리쳤습니다. 「나리! 그건 너무 심한 말씀입니다. 알라께 맹세코, 저는 일을 끝내기 전에는 동전 한 닢 받지 않겠습니다. 아니, 돈 같은 건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리께서는 제 마음을 몰라주셔도 나리를 향한 제 마음은 한결 같으니까요. 오래 전부터 저는 나리의 선친께 많은 신세를 진 바 있습니다.(전능하신 신 알라시여, 그 인자하시고 훌륭하신 분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보살펴주소서!) 정말이지 그분은 도량이 넓고 인심이 후덕하신 어른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를 부르시기에 찾아뵌 일이 있습니다. 그분은 친구분들과 함께 계시다가 제가 나타나자 피를 뽑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측의를 꺼내 태양의 높이를 재어 운수를 점쳐보았지요. 그랬더니 방혈(放血)을 하기에는 시각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알아낸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그 어른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적당한 시각이 될 때까지 방혈을 미루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그 여유 있고 도량이 넓으신 어른을 위하여 이런 시를 지어 바쳤답니다. 피를 뽑아드리려 나리를 찾아뵈었더니 운세가 좋지 않은 시각이로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나는 갖가지 기이한 이야기며 익살스런 이야기를 들려드렸네. 나리께선 기뻐서 말씀하셨네. 그대는 진정 유쾌한 작자로다! 나는 대답했네. 오, 나리님! 저는 그저 허수아비랍니다, 주변머리도 재간도 모두 나리님의 덕택일뿐. 당신의 덕망과 자비, 어질고 넓으신 마음, 거기에 비하면 진정 저는 허수아비지요. 어르신께서는 아주 좋아하시며 하인에게 분부하셨습니다. 금화 백 세 닢과 옷 한벌을 내어주라고 말입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저는 그분의 방혈을 해드렸고, 방혈이 끝나자 저는 그분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어찌하여 나리께서는 하필이면 백 삼 디나르를 주라고 하셨는가 하는 걸 말입니다. 그랬더니 글쎄 나리께서는, 한 디나르는 성좌를 관측한 대가로 주는 것이고, 또 한 디나르는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고, 마지막 한 디나르는 방혈을 한 대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백 디나르와 옷은 저의 노래에 대한 대가라고 하셨습니다. 정말이지 그때 저는 그 기품있는 어른 앞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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