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의 한 백화점에서 여성고객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여 참변을 당한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드문 사고이긴 하나 곳곳의 에스컬레이터 관리실태를 보면 언제 어디서 또 비슷한 사고가 날지 두려운 실정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이용자가 많아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져 많은 인명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주의와 점검이 요구되는 시설이다.
도시생활에서 에스컬레이터의 이용은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중(多衆)이 모이는 곳에선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지하철역 백화점 은행 병원 버스터미널 공항 등에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자주 이용하고 있으나 설치기준을 지키지 않고 관리가 엉망인 곳이 많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전국 43개소에서 운행중인 에스컬레이터 3백69대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23대의 계단간 틈새가 기준치보다 2∼5㎜를 초과, 손가락이 끼이는 등의 사고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시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게 하는 스위치작동이 불량한 것은 무려 93대나 됐고 몸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는 보호장치가 없거나 망가진 것도 33대였다.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유형을 보면 운행중 갑자기 계단이 무너지면서 몸이 빨려들어가거나 신발 옷자락 등이 틈새에 끼여 사고를 당하고 어린이들이 장난을 치다 실족, 아래로 떨어지는 등 미흡한 안전장치 및 점검이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지하철역 구내에 많이 설치한 에스컬레이터는 사고가능성이 매우 높다. 출퇴근시간에 바쁜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면 대형참사를 낳을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화재 등의 사고가 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빚게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를 오래 방치하면 이것도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93년 서울지하철3호선 교대역에서는 수리중이던 에스컬레이터를 많은 퇴근길 승객이 밟고 올라가다 계단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여러명이 다친 예가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참변을 당한 여성고객이 조심하지 않은 탓도 있으나 백화점측도 안전관리가 충분치 못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멈춤스위치나 몸이 빨려들어가지 않게 하는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이런 치명적 결과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곳은 철저한 안전점검을 통해 고객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해주기 바란다. 고객들도 항상 질서를 지키고 주의를 기울여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하는 경우 시선을 빼앗기거나 심한 장난을 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고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