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어처구니없는 경찰비리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경찰이 가장 바쁜 연말이다. 비상근무에 눈코 뜰새 없는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경찰 비리가 또 드러난 것이다. 발벗고 나서서 강도를 잡아야 할 경찰이 오히려 강도 주범노릇을 했다는 보도다.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된 한 순경은 묵묵히 세밑을 지키고 있는 많은 경찰관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의 행적을 보면 어떻게 그같이 파렴치한 인물이 경찰사회에 몸을 담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10월 말 서울 중구 명동에서 5억6천여만원을 털린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강도를 하도록 배후 조종했고 강탈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주민등록증을 건네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주민등록증은 파출소에 분실물로 보관하던 것이었다. 동료들은 맡은 일을 착실히 하는 내성적 타입이라 그럴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찰의 탈을 쓴 범죄의 인물이었다. 조사결과 그의 소지품에는 분실물로 신고된 남의 물건들이 수도 없이 나왔다. 주민등록증 2개, 자동차운전면허증 5개, 예금통장 2개, 은행카드 1개…허가를 받지 않은 공기총 1정과 가스총 1정도 갖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다. 90년 순경공채로 경찰에 들어간 그가 그동안 어떤 짓을 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비리로 적발된 경찰관 수는 1천1백89명이었다. 직무태만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한달에 약 2백명의 경찰관이 적발된 셈이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국민들로서는 이 순간에도 14만명이나 되는 경찰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심할 수 없다. 한 순경의 범죄는 연말 격무로 시달리는 대부분의 경찰관들을 한층 우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져 존경받는 경찰이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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