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52)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42〉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나는 모든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습니다. 여자는 약속대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차림을 하고 말입니다. 「나 예뻐요?」 여자는 애교스런 미소와 함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예쁘고 말고요.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에 달리 없을 거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여자는 몹시 기뻐하는 표정으로 나에게로 와 안겼습니다. 그러한 그녀를 안고 나는 그녀의 뺨과 입술에 입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말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나보다 훨씬 더 예쁘고 더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와도 괜찮을까요?」 그녀의 이 말에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셋이서 함께 놀면 재미 있잖아요」 나는 그녀의 진의를 알 수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게다가 그 젊은 여자는 아주 슬픈 일을 당해서 몹시 상심해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 밖으로 나가 나와 함께 하룻밤 보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그러자 그녀도 좋다고 했답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다소 역정을 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왜 그러세요? 슬픔에 잠긴 여자를 위로해줄 수도 있잖아요」 그제서야 나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다면 그렇게 하구려」 그날 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술을 마셨습니다. 술에 취하여 몸이 달아오르자 우리는 함께 잠자리로 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들자 나는 지난 번에 그녀가 내게 그렇게 했듯이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했습니다. 그녀는 온몸으로 나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녀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옷을 주워 입고 머리를 매만졌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지난 밤 그토록 울고불고하며 비명을 질러대던 그녀가 말짱한 모습으로, 행복으로 가득찬 표정을 한 채 매무새를 다듬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옷을 다 입고 머리를 매만진 그녀는 다시 십오 디나르의 금화를 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새로 데리고 올 젊은 여자를 위하여 다음 번에는 음식을 전보다 더 많이 준비해 놓으세요」 그리고 여자는 돌아갔습니다. 사흘째가 되자 나는 다시 집안 청소를 하고 모든 준비를 한 뒤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짙어올 무렵 여자는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베일로 조심스레 얼굴을 가린 처녀 하나를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 나는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두 여자를 집 안으로 맞아들여 촛불을 밝혔습니다. 「얘, 어색해 할 것 없어. 겉옷과 베일을 벗어」 처음의 여자가 새로 온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새로 온 여자는 그제서야 겉옷을 벗고 베일을 벗었습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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