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15)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41분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22〉 현석과 결혼할 거냐는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언니, 두 사람이 결혼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 둘의 인생이 한데 묶이는 것도 괜찮고…. 그리고 이런 말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 선생님이 나와 친척이 된다는 게 기분 좋은데?』 계속해서 애리가 말을 이어간다. 『그것 봐. 이 선생님을 남자로 좋아했다면 이런 마음이 들겠어? 이런 데서도 내감정이 사랑이 아니란 게 증명이 되는 거잖아. 나 진심이야. 정말 축하해 주고 싶어』 『결혼은 안 해』 『왜? 혹시 내가 마음에 걸려서 그러는 거야?』 『아니』 『그럼 왜?』 『혼자 사는 게 편해서』 『거짓말』 그때까지 내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해 있었지만 뭔가 움직이는 것에 무심코 시선을 두는 것일 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애리의 「거짓말」소리에 나는 갑자기 눈을 뜬 장님처럼 깜짝 놀라 그제서야 브라운관 속의 뉴스 앵커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그 놀란 시선을 천천히 애리 쪽으로 돌린다. 껍질을 벗긴 밀감 한 쪽을 내게 건네주느라 애리는 내 손바닥 쪽으로 눈을 내리깔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다정한 큰언니처럼 어른스럽고 허물없어 보인다. 『누가 속는다고 그래? 언니 혼자만 똑똑하고 다른 사람은 다 바보인 줄 알아? 그런 거짓말로 속일 수 있는 것은 언니 자신뿐이야. 혼자 사는 게 편하다구? 내가 와서 이렇게 귀찮게 하는데도 언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부터 먼저 살펴보잖아』 『누가 같이 살고 있으니까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 거지』 『그렇긴 해. 언니는 신경이 예민하니까. 근데 언니가 신경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야, 그렇지?』 나는 조금 웃음이 난다. 『네가 잘못 본 거야. 난 남들이 날 오해하는 데에 적응이 돼 있어』 변명같은 것도 해본 적 없고 상처도 안 받아. 원래 타인이란 다 그런거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거라구. 나는 이 말은 입 안에서 삼켜 버린다. 그런 말과는 달리 지금 내가 나에 대해 뭘 설명하려고 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글: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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