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전국시대」온다…다국적업체 속속 상륙

입력 1996-11-15 20:37수정 2009-09-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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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奎振 기자」 『가전제품의 납품가격을 더이상 낮추긴 어렵습니다. 요구하신 가격이라면 제품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A전자 판매담당자) 『마음대로 하십시오. 앞으로 전세계에 있는 우리 매장에서 귀사의 전자제품은 판매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국적 할인점 B사 구매담당자) 『그러시다면… 요구하신대로 공장도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겠습니다』 (A전자 판매담당자) 올들어 유통시장개방으로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재벌그룹 계열사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수모」를 겪은 A전자는 곧바로 그룹차원에서 유통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제조업체가 대리점만으로 전문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제조업중심 재벌들의 우려는 유통업을 가볍게 보았다가는 다국적 유통업체와 기존 유통전문업체들에 의해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점. 이에 따라 제조업중심 재벌그룹들이 올들어 경쟁적으로 유통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기존 유통전문업체들의 다점포화 및 업태다변화, 외국 유통업체의 국내시장 진출 등으로 한바탕 혼전이 예상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00년까지 5년동안 전국에 신규로 들어서는 대형백화점과 할인점은 1백50여개에 달한다. 현재 1백64개에서 3백1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 제조 건설업체 삼성과 대우그룹은 가전 및 자동차 대리점과 무역업무에서 쌓은 유통노하우를 전문유통업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그룹은 백화점은 물론 복합쇼핑센터 할인점 양판점에 진출, 2000년까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기로 했다. LG 현대 선경그룹은 그간 유통사업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 업태다변화와 다점포화의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LG는 백화점과 슈퍼센터를 중심으로 대형 유통망을 구축해 나갈 계획. 현대도 기존 백화점의 다점포화와 함께 양판점 진출을 계획중이다. 블루힐백화점 분당점을 개점한 청구그룹 등 건설관련 업체들도 부동산분야의 노하우를 활용, 유통업에 진출하고 있다. ▼ 기존 유통업체 신세계 롯데 미도파 등 기존 유통전문업체들은 신규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오랜 경험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수성전략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는 실정. 이들은 백화점의 다점포화와 함께 할인점사업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다국적 유통업체 유럽계 한국마크로가 인천점에 이어 일산과 대구 대전 용인 등 4개점포를, 까르푸도 분당 대전 등에 6개점포를 열 계획이다. 일본계 유통업체들은 98년경 상륙할 예정. 유통산업연구소 金東煥연구위원은 『유통산업 근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유통업이 제조업을 지배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며 『제조업체 중심의 재벌그룹들이 적정가격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선 유통업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재벌그룹과 유통전문업체, 다국적업체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활용, 유통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중소형백화점과 대리점체제가 급속히 붕괴하는 등 유통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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