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조치훈 누구인가…27세 日최초 「빅3」 쟁취

입력 1996-11-08 08:21수정 2009-09-27 13:3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흔살, 「잔치」는 끝난게 아니었다. 56년생 趙治勳9단이 일본 프로바둑계에 두번째로 우뚝 섰다. 쟁쟁한 청년세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83년에 이어 또다시 기성 명인 본인방(本因坊)을 휩쓴 것이다. 13년전의 첫번째 대삼관(大三冠)도 일본바둑 사상 「최초」, 이번에 한 사람이 두번째로 빅3를 다시 취한 것도 「최초」, 아마도 공전절후(空前絶後)의 기록으로 빛나리라. 『나에게 바둑은 모노레일과 같다. 타고난 운명이다.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둑은 나의 원점이고 바둑이 아니면 나도 없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무서운 투지와 끈질긴 기풍을 무기로 일본 열도를 누른 趙治勳. 그는 인생관을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난 62년 6세의 코흘리개로 일본에 건너간지 34년이 흘렀다. 일본의 바둑명문 기다니(木谷實)문하에서 바둑판에 목숨을 건 인생을 열기 시작했다. 75년 프로10걸전에서 우승해 일본 최연소(19세) 타이틀 획득 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83년은 생애 최고의 해였다.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등 기라성같은 인물을 꺾고 대삼관을 차지한 것. 그러나 86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바둑 인생에 큰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래도 그는 링거를 꽂은채 휠체어를 타고 대국장에 등장, 고바야시 고이치 도전자를 2대2까지 몰아붙이며 투혼을 불살랐으나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88년 천원(天元)을 따냄으로써 일본의 7대 기전을 한차례 이상 차지하는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을 세우며 재기에 나섰다. 趙治勳은 더벅머리의 멋없는 사나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승부사의 기질이 온몸에 배어있다. 흐리멍덩한 수는 두지 않는다. 한수 한수마다 기백과 끈질긴 힘이 넘치는 기풍. 특히 초읽기에 강한 면모도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말해준다. 가족은 여섯살 연상인 일본인 부인과 1남1녀. 아내는 남편의 성을 따라 이름을 趙京子로 바꾸었다. 이제부터의 趙治勳의 「마흔살 잔치」가 구경거리다. 〈崔壽默기자〉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