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 「장보고의 꿈」…교포 3천명 성황이뤄

  • 입력 1996년 10월 26일 20시 15분


「타슈켄트〓金次洙기자」 통일신라시대 때 해상왕국 건설을 꾀했던 장보고의 꿈이 중앙아시아대륙에서 되살아나 우즈베크의 한인동포인 고려인들을 감동시켰다. 지난 20일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 시내 국민친선우호궁전에서 열린 한국청소년공연예술진흥회(이사장 최문경)의 뮤지컬 「장보고의 꿈」 공연에 고려인 3천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공연시작 한시간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고려인들은 두시간여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채 열띤 박수를 보냈다. 투스날리 쿠지예프문화부장관대행이 공연을 관람하는 등 우즈베크정부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타슈켄트로 이주한 한인과 그 후손인 고려인 관객들이 가장 많은 공감을 표시한 장면은 장보고의 당나라 활동모습. 『사람은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라인들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 장보고가 신라인들을 인신매매하려는 해적들을 물리치고 신라인들에게 자유를 찾아주자 한때 유민과 같은 처지였던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30여명의 출연진이 북 장구 등 전통악기 연주에 맞춰 펼치는 역동적인 춤사위에도 관객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고려인 1세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손자와 함께 공연을 보면서 일일이 내용을 설명해준 김 블라디미르씨(76)는 『평소에도 자손들에게 한민족의 후손이라는 것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 손자가 민족의 뿌리의식을 더욱 강하게 갖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원에서 한글교사로 활동중인 고려인 2세 태 타치아나씨(58)는 『전에는 장보고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한민족의 높은 기상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면서 『앞으로 수업시간에 고려인들에게 선조들의 웅대한 기상을 강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보고역을 맡아 열연한 중견탤런트 임동진씨는 『두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5개국 6개도시를 순회공연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연을 본 많은 동포들이 고마움을 표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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