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규하씨의 마지막 기회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52분


12.12 및 5.18사건의 항소심공판이 진행되면서 崔圭夏전대통령의 법정증언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담당 재판부가 오는 28일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소환장을 보내자 崔씨는 25일 변호인을 통해 불참계(不參屆)를 제출했다. 그런 가운데 강제 구인(拘引) 검토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2심재판부의 의지는 예상외로 단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론부터 말해 崔씨는 이젠 더 이상의 고집을 버리고 법원의 증인소환에 응해야 옳다. 당초 검찰의 참고인 소환은 물론 쌍방증인으로 채택됐던 1심에 이어 이번 2심마저 증인출석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崔씨가 왜 증언을 해야 하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는 12.12군사반란과 5.18내란 당시 대통령이었고 군통수권자였으며 따라서 이들 사건의 내용과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崔씨는 그러나 이번에도 1심때와 똑같은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고 나섰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의 공적인 행위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국익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다고 불참계에 적었다. 그는 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는 전례를 만들면 후임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으나 단지 증언거부를 위한 회피와 핑계로 비칠 뿐 전혀 설득력이 없다. 崔씨의 법정증언 기회는 이번 항소심이 마지막이다. 법치국가에서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을 지낸 이의 명예로 보나, 국민으로서의 의무로 보나 법원의 출두명령을 이렇게 계속 무시할 수는 없다. 처음 검찰조사를 거부하면서 『법원이 법적 절차를 밟으면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혹시 강제구인이라도 된다면 그런 망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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