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이별의 아픔 겪은 사람들 「실연클럽」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48분


「朴賢眞기자」 가을이면 깊어지는 병. 누구나 한번쯤 겪게되는 실연병이다. 실연의 아픔을 혼자 견디기 힘들어 만든 별난 모임. 이름하여 「실연클럽」. 40세 노총각에서 20세 신세대 여성까지 이들의 공통 언어는 「실연」이다. 이 모임의 모토는 「실연(失戀)? NO!, 실연(實緣)? YES!」. 앞으로 있을 실제의 만남(실연·實緣)을 위해 실연(失戀)의 아픔을 딛고 서로 마음을 열고자 한다. 이 모임은 지난 7월 PC통신 하이텔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10여명이 시작했으나 「사랑」이 영원한 인류의 주제여서일까, 아니면 계절탓일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회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 회원은 7백여명. 이들이 못생기고 우울한 모습일 거라는 상상은 절대금물. 어디서도 그런 기색은 찾을 수가 없다. 『사람 때문에 생긴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즐거워지려고 노력하죠. 실연당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은 결코 아니예요』 회장인 박득희씨(24·대한항공)의 실연클럽 모토설명이다. 누구나 외롭다고 느낄 때 아는 회원들의 삐삐를 쳐댄다. 1시간이면 알음알음 30여명은 충분히 모일 정도로 기동성이 뛰어나다.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다. 헤어진 남녀가 각각 실연클럽에 가입,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 주위에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두 남녀는 그러나 이후에도 탈퇴하지 않고 남아 있다. 『만남을 통해 회원수를 줄여나가는 게 저희들 목표인데 자꾸 늘어 걱정이예요』 앞으로 실연클럽이 해체될 때까지 열심히 봉사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는 것이 박회장 등 실연클럽 핵심멤버들의 고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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