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폭 물갈이에도 조직력
정정용 감독, 선수 동기부여 빛나
“내년엔 우승까지 노려보겠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 22일 열린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다. 정 감독의 목표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K리그1 2위로 올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팀’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한국 프로축구 K리그1(1부)에는 선수들이 ‘대폭 물갈이’ 되는 와중에도 지난해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는 독특한 팀이 있다. ‘군(軍) 팀’ 김천 상무(국군체육부대)다. 지난해 K리그1 3위에 오른 김천은 올 시즌엔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에 도전한다.
2023년부터 김천을 이끌고 있는 정정용 감독(56)은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작년에 3위를 했고, 올해는 2위로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다. 내년엔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전북이 파이널 라운드(34∼38라운드)에 앞서 이미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김천은 2위 자리만큼은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현재 김천은 3위 대전과 승점이 55로 같지만 다득점(김천 53골, 대전 48골)에서 앞서 2위다. 김천은 25일 전북과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김천은 선수들의 전역과 입대로 매년 구성원이 크게 변한다. 정 감독은 “매년 20∼30명의 선수가 바뀐다. 고참들이 전역하고 새로운 선수들이 입대하면 사실상 새로운 팀이 된다”면서 “파이널 라운드에서 준우승에 도전하는 동시에 내년 시즌을 대비한 ‘동계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은 올 시즌 공격 포인트 1위(12골 11도움) 이동경(28·원소속팀 울산)과 주장 김승섭(29·원소속팀 제주) 등 팀 총원(40명)의 절반인 9기 선수 20명이 1년 6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28일 원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내달 17일 12기(14명)가 입대하지만 이들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해 올 시즌 중 합류가 어렵다. 정 감독은 “9기가 제대하면 한동안 20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선수 부상에 대비해 코치들에게도 몸을 만들어 두라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 감독은 매년 ‘리빌딩’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로 동기부여를 꼽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전역 후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노력하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훈련 집중도가 올라가면서 팀과 선수 모두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동경과 이승원(22) 등은 김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에도 발탁됐다. 김천에 입단하려면 서류면접과 실기, 체력 측정 등을 통과해야 한다. 정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오다 보니 전술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대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떨어지거나, 감독의 전술이 확실히 이식되지 않으면 성적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2022년 김천은 K리그1 11위를 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PO) 패배로 강등됐다가, 2023년 정 감독과 함께 K리그2(2부) 우승을 차지해 승격했다.
정 감독은 사령탑인 동시에 군무원 신분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 감독은 못 하는 색다른 경험도 많이 한다. 정 감독은 “나는 이런 때(미디어데이)가 아니면 ‘바깥 공기’를 마시기 어렵다. 부대에 있을 땐 한 달에 한 번 당직근무도 한다. 당직 사병을 뽑기 위해 선수들끼리 골대 맞히기 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정말 치열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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