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오심 은폐 시도’…프로야구 심판이 ‘공정성’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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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5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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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스트라이크 콜 놓친 뒤 구단 항의에 "볼로 들었다" 말 맞춰
KBO "해당 내용 엄중하게 보고 있어…후속 절차 곧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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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로봇 심판’까지 도입하며 공정성 강화에 힘을 쏟았던 KBO리그가 심판의 오심 은폐로 논란에 휩싸였다. 심판진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는 올 시즌부터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자동 투구 시스템)를 전격 도입했다. ABS는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투수의 공 궤적 등을 추적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주심은 이어폰(인이어)으로 이를 듣고 콜 사인을 낸다.

KBO는 ABS 시행을 선언하면서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그라운드에서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선수와 심판이 불편한 감정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사라졌다. 팬들도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ABS도 막지 못한 ‘부정’이 저질러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NC 이재학은 1스트라이크에서 삼성 이재현에게 2구째 직구를 던졌고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그러나 ABS에는 ‘스트라이크’가 찍혔다.

NC는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뒤 볼 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이를 발견하고 심판진에 항의했다. KBO가 각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급한 태블릿을 통해서는 최초 판정 후 10초 정도가 지나야 결과를 볼 수 있다.

심판진은 4심 합의를 거쳤지만 NC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 조장인 이민호 1루심이 마이크를 잡고 “(이재학의 2구째가) 심판에게 음성이 전달 될 때 ‘볼’로 전달됐다. ABS 모니터 확인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해야 하는데, ‘어필 시효’가 지났다”고 팬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심판들이 모여 나눈 대화 내용은 달랐다. 이민호 1루심은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 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TV 중계로 전달됐다.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볼로 전달됐다’는 기계 오류를 지목하자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날 심판진의 첫 번째 문제는 스트라이크 콜을 놓친 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덮기 위해 오심을 모의했다는 점은 앞선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문제다.

자연스레 앞선 모든 심판 판정에 의구심을 가지더라도, 심판들은 억울해 할 수도 없다.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신뢰를 잃도록 자초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심판진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는 KBO리그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당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받은 KBO는 후속 절차와 조치에 대해 논의 중이다.

KBO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인이어를 통해 (스트라이크가) 볼로 다른 판정이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매뉴얼대로라면 (주심이 콜을 놓쳤을 때 동시에 ABS 콜을 듣는) 3루심이 사인을 줘야 했지만, 이 부분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계방송에 나온 대화 내용도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단순히 규칙을 잘못 적용한 차원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조사할 부분도 있다. 오후 중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후속 조치를 할지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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