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묵은 롯데의 恨, 수비-위기극복력 강화해 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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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새 감독 의지 활활
“우승 첫걸음인 수비 강화에 총력
위기때 잡아줄 리더, 전준우 기대”
2군 감독에 연륜의 김용희 임명

김태형 프로야구 롯데 감독이 21일 팀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1992년 이후 올해까지 
31년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한 롯데는 김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해 지휘봉을 맡겼다. 김해=이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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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프로야구 롯데 감독이 21일 팀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1992년 이후 올해까지 31년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한 롯데는 김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해 지휘봉을 맡겼다. 김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감독으로서, 또 남자로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팀이다.”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56)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경남 김해 상동구장에서 21일 만난 김 감독은 “감독 자리는 모든 야구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가장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는 롯데는 야구 감독이라면 꼭 한번 맡아보고 싶은 팀”이라고 했다.

‘롯태형(롯데+김태형)’ 소문은 올해 정규시즌 중반부터 구단 안팎에서 꾸준히 돌았다. 정규리그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의 숙원을 풀어줄 ‘우승 청부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올해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두산 사령탑을 맡는 동안 7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이 중 세 번 우승한 ‘명장(名將)’이다.

● 우승의 키는 수비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 중 가장 오래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1992년이 한국시리즈 마지막 우승이다. 2017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아보지 못했다. 올해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를 향한 관심이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정상으로 가는 첫걸음은 ‘수비’라고 했다. 그는 “올해 팀 실책(103개·팀 최소 실책 공동 3위)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수비 실수 이후 팀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수비가 강해야 팀이 단단해지고 짜임새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민재 수석 코치와 김민호 수비 코치, 고영민 주루 코치 등을 데려왔다. 모두 수비 전문가다. 김 수석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이다. 김민호 코치와 고 코치는 선수 시절 각각 유격수와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루수 안치홍이 한화로 팀을 옮기면서 내야진에 큰 공백이 생겼다. 김 감독은 “박승욱, 노진혁, 이학주, 한동희 등이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한다”며 “2년 차 신예 정대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주찬도 내야 수비에 힘을 보탤 자원들”이라고 했다.

● ‘봄데’는 이제 그만

김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봤던 롯데에 대해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고 올라오는 힘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초반 잠깐 선두에 올랐던 롯데는 초여름부터 순위가 떨어졌고 끝내 반등하지 못했다. 해마다 초반에 반짝하다가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별명도 붙었다.

김 감독은 “위기 때는 결국 리더가 팀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며 “선수들이 리더를 따라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리더로 전준우(37)를 지목했다. 4년간 총액 47억 원에 개인 두 번째 FA 계약을 하며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게 된 전준우는 내년 시즌 주장을 맡아 후배 선수들을 이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 나균안 등이 있는 투수진은 계산이 선다. 나승엽, 김민석, 윤동희 같은 젊은 야수들이 잘 성장해 준다면 멋진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년 시즌 1차 목표인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패기에 연륜 더해

김태형 롯데 감독(왼쪽)과 김용희 롯데 퓨처스(2군) 감독이 21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롯데는 김용희 2군 감독 선임을 이날 오후 발표했다. 김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태형 롯데 감독(왼쪽)과 김용희 롯데 퓨처스(2군) 감독이 21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카메라 앞에 함께 섰다. 롯데는 김용희 2군 감독 선임을 이날 오후 발표했다. 김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롯데는 이날 김용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68)을 퓨처스(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구단이 김 감독과 의견을 나눈 뒤 내린 결정이다. 김 감독은 “예전에 내가 SK(현 SSG)에서 코치를 할 당시 김용희 선배님이 SK 2군 감독이었는데 야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육성이 필요한 2군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 시절 ‘방장’으로 모셨던 김광수 일구회장(64)을 벤치 코치로 영입했다. 그는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 연륜 있는 선배님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태형#롯데#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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