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 멀었어, 끝까지 해봐”…권세현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30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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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평영 200m 은메달…"아직도 안 믿겨"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어…세계 1등도 하고파"

꿈이 현실로 이뤄진 하루를 보낸 다음날, 권세현(24·안양시청)은 여전히 여운을 떨치지 못했다.

권세현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어제는 잠도 잘 못잤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권세현은 지난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평영 200m 결승에서 2분26초31을 기록하고 은메달을 수확했다.

첫 50m에서 6위에 머물던 권세현은 점점 스퍼트를 내더니 2위로 치고 나가 값진 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낸 건 2010년 항저우 대회 정다래(금메달) 이후 13년 만이다.

29일 만난 권세현은 “내가 2위인지 몰랐다. ‘전광판에 내 얼굴이 왜 나오지’ 생각했다. 3등까진 몰라도 2등은 생각도 못했다. 너무 소름끼치고, 안 믿겼는데 좋았다”며 감격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토록 오래 닿지 않았던 태극마크를 잡자 마자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

1999년생인 권세현은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르면 중학교 재학 중에도 국가대표에 발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중반에 들어선 권세현은 매우 늦게 국가대표가 됐다.

“매번 조금씩 아쉽게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며 “5, 6등으로 떨어지면 아쉽지도 않고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았을 텐데 매번 2, 3등으로 아쉽게 놓치니 그만두지 못하겠더라. 계속 붙잡고 국가대표 하나만 바라보고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목표였던 국가대표란 꿈을 이룬 뒤, 이번에는 첫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까지 올랐다.

권세현은 “한번 극복하고 나니 좋은 일들만 있어서 행복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고 냉정히 짚고는 “그래도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을 했지만, 끝은 다르다.

권세현은 “늦었다고들 하지만 내 몸은 아직 그렇지 않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할 수 있다. 목표도 그만큼 크고 뚜렷하다. 남들보다 시작이 늦을 순 있지만 앞으로도 오래오래 수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눈을 빛냈다.
‘아시아 2등’으로 올라선 만큼 이제는 다음 단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소속팀인) 안양시청의 서문지호, 정하은 코치님께서는 ‘올림픽 메달’을 늘 이야기하셨지만, 나는 국가대표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린 권세현은 “그런데 생각보다 금세 이 자리까지 오게됐다. 노력하다 보면 불가능한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1등도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기에 아시아 무대에 우뚝 선 지금도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를 마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자만하지 마, 너 아직 멀었다”이다.

권세현은 “어렸을 때 한두 번 자만했던 경험이 있다. 그럴 때마다 좌절이 컸다. ‘너 아직 멀었다, 끝까지 더 해봐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권세현의 진짜 도전은 이제 막 첫 장을 열었다.

[항저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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