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1순위’ 출신 앤서니 베넷 KBL 입성… 과거 ‘슈퍼루키 출신’들의 KBL 활약상은[라떼는 말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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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 당시 앤서니 베넷의 모습.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베넷이 클리블랜드 모자를 쓰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NBA 트위터
2013년 6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 당시 앤서니 베넷의 모습. 전체 1순위로 지명됐던 베넷이 클리블랜드 모자를 쓰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NBA 트위터
프로농구 소노가 1일 앤서니 베넷(30·203cm)을 새 시즌 외국인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을 발표했을 때 국내 농구계는 들썩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여름, 그해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인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참가자 중 가장 먼저 불려 단상에 올라와 클리블랜드 모자를 쓰고 데이비드 스턴 전 NBA 커미셔너(1942~2020)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던 ‘그 선수’가 한국 땅을 곧 밟기 때문이다. 소노 관계자는 “미국에서 비자 발급 절차를 밟고 있다. 다음 달 두 번째 주중에 베넷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넷이 KBL에서 1순위만큼의 모습을 보일지 미지수다. NBA 1순위 출신이라고 하지만 ‘역대 최악의’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는 선수가 베넷이기 때문이다. 당시 뚜렷한 1순위감이 없었고 11순위로 지명된 마이클 카터윌리엄스(32)가 신인상을 받아 초기만 해도 최악이라는 평가는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15순위로 지명된 야니스 아데토쿤보(29·밀워키)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2차례 수상한 슈퍼스타로 성장하고, 빅터 올라디포(31·오클라호마시티·2순위), 루디 고베어(31·미네소타·27순위) 등이 NBA 정상급 선수로 올라서며 베넷을 향한 혹평에 대한 반박도 점점 없어졌다.

NBA 역대 최악의 1순위 등이 거론될 때 다른 선수들에게는 소위 ‘쉴드’가 쳐진다. 가령 2008년 1순위 출신의 그렉 오든(35)의 경우 ‘부상만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따른다. 2001년 1순위 출신의 콰미 브라운(41)도 1순위라는 타이틀이 부담됐을 뿐 NBA에서 무려 13시즌을 뛰었다. 하지만 베넷은 NBA에서 그냥 못했다. NBA 통산 성적은 151경기 평균 4.4점 3.1리바운드였다. 최초의 캐나다 출신의 1순위 선수, ‘킹’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가 2014년 클리블랜드로 복귀할 당시 클리블랜드가 빅3 결성을 위해 케빈 러브(35·마이애미)를 영입할 때 맞교환 카드로 내밀었던 1순위 출신 2명 중 1명 같은 수식 문구만 남긴 채 베넷은 NBA 무대에서 사라졌다.

과거 베넷처럼 NBA 상위지명 선수였다 잊혀진 뒤 KBL에 입성해 관심을 모았던 선수들이 있었다. 베넷 이전 역대 최고 순위 선수로 2004년 샬럿에 전체 2순위로 지명됐던 에메카 오카포(41·전 현대모비스)가 있었고, 2012년 5순위로 새크라멘토에 지명된 토마스 로빈슨(32·전 삼성), 1994년 6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됐던 쉐런 라이트(50·전 KCC) 등이 KBL 무대를 거쳐 갔다. 높은 기대를 안고 NBA에 데뷔했던 선수들이기에 KBL 입성 당시에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대부분 늙거나 부상으로 폼이 한껏 떨어져 명성에 걸맞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KCC에서 뛰었던 1994년 6순위 출신의 쉐런 라이트. KBL 제공

큰 교통사고로 한 차례 선수에서 은퇴했다 복귀한 이력이 있어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라이트는 2005~2006시즌 KCC 소속으로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13.8점, 9.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시 2명의 외국인이 코트에 동시에 서며 제각각 평균 ‘20점-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해줘야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시절이라 라이트의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삼성에서 뛰었던 2012년 5순위 출신의 토마스 로빈슨. KBL 제공
2021~2022시즌 아이제아 힉스(29)의 대체 선수로 시즌 중 삼성 유니폼을 입은 로빈슨은 자신의 KBL 데뷔전인 12월 18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상위지명 출신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점프도 제대로 못 뛰는 등 폼이 무너지더니 결국 15경기 만에 퇴출됐다. 경기 당 평균 16.1점을 넣고 10.6리바운드를 잡는 등 기록은 준수했지만 주로 승부가 기운 뒤 쌓은 기록들로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모비스에서 뛰었던 2004년 2순위 출신의 에메카 오카포. KBL 제공
NBA 시절부터 공격보다는 주로 ‘수비’로 명성을 쌓은 오카포가 KBL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보여준 게 성공적인 모습이라면 모습이었다. 2019~2020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현대모비스에 합류한 오카포는 경기 당 평균 20분 55초를 뛰며 12.3점 8.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평균 블록슛이 1.6개였는데 이 시즌 공식 블록 1위(평균 1.5개)에 올랐던 치나누 오누아쿠(27)보다 높은 수치였다. 매치업 상대들도 오카포가 작심하고 수비할 때 공격에 애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부상으로 18경기만 뛰고 한국을 떠난 게 옥에 티라면 티였다.

소노는 베넷이 과거 KBL을 거쳐 간 슈퍼루키 출신들과 다르게 명성을 회복할 거라고 확신한다. 소노 관계자는 “베넷이 ‘2옵션’이 되는 걸 흔쾌히 받아들이며 부담을 덜었다. 우리 팀의 1옵션은 (KBL 경험이 있는) 재로드 존스(33)다. 또한 지난 시즌 베넷은 대만 리그에서 하고 싶은 대로 슛을 많이 쏘며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슛에 관해 관대하고 외국인 선수 조련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승기 감독과도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베넷(13번)의 지난 시즌 대만 리그 당시 모습. 프로농구 소노 제공
앤서니 베넷(13번)의 지난 시즌 대만 리그 당시 모습. 프로농구 소노 제공
소노 관계자의 설명처럼 베넷은 지난 시즌 대만 P리그에서 17경기에 출전해 평균 22.6점, 12.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NBA 진출 직전 시즌인 2012~2013시즌 네바다대 라스베이거스 소속으로 35경기 평균 16.1점 8.1리바운드를 기록한 이래 가장 빛나는 성적이었다. 특히 경기 당 평균 10.12개의 3점 슛을 시도해 3.35개를 성공(성공률 33.14%)한 부분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데이원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전성현을 중심으로 한 ‘양궁 농구’를 선보였고 단일 시즌 기준 역대 가장 많은 3점 슛(경기당 평균 11.5개)을 성공시켜 농구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자신감을 얻었을 때 위력적인 3점 슈터가 될 ‘자질’을 내비쳤던 베넷이 ‘소노판 양궁 농구’에 위력을 더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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