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알루미늄 배트로 돌아가자” 48%… “부상위험 크고 경기력 떨어져 반대” 42%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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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를 부탁해]〈하〉 지도자들 방망이 공방 팽팽
“나무배트 비싸 부담” 의견 많아
“경기시간 상상초월 늘수도” 반박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 ‘국민 타자’ 이승엽 프로야구 두산 감독 등은 ‘고교야구 선수들이 다시 알루미늄 방망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부터 고교야구에서 나무 방망이를 쓰기 시작한 뒤로 ‘거포 유망주’가 사라졌다는 의견이었다.

고교야구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팽팽했다. 동아일보 야구팀이 지난달 막을 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출전한 지도자 31명에게 물은 결과 15명(48.4%)은 ‘알루미늄 방망이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고 13명(41.9%)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3명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다시 알루미늄 방망이를 써야 한다는 이들 가운데는 ‘거포 육성’보다는 ‘돈’ 문제를 이유로 꼽는 이가 많았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고교야구에도 프로 선수들이 쓰는 최고급 방망이를 쓰는 선수가 적지 않다. 한 자루에 25만 원 정도 하는데 한 달에 4, 5자루는 부러진다. 그것만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말했다. 박강우 도개고 감독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선수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반대 의사를 밝힌 쪽은 ‘부상 위험’과 ‘경기력 저하’가 주된 이유였다. 곽연수 신흥고 감독은 “요즘은 타자들 체격이 예전보다 커졌다. 알루미늄 방망이는 반발력이 좋아 공이 훨씬 빠르게 날아간다. 투수나 내야수가 머리라도 한번 잘못 맞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용수 율곡고야구단 감독은 “지금도 고교야구에서 볼넷 문제가 심각한데 알루미늄 방망이를 쓰면 경기 시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팀 지도자는 “일본 고교야구처럼 나무 방망이와 반발력 차이가 거의 없는 알루미늄 방망이를 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면서 “그런데 나무 방망이 생산 업체와 지도자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경우도 있어 이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방망이 공방#알루미늄 방망이#나무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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