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먹칠한 15년 마무리…김광현의 ‘끝내기 실책’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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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대표팀 마운드 지킨 김광현
WBC 마친 뒤 태극마크 반납…결국 '음주 파문'으로 오점

늘 든든하게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지켰던 김광현(35·SSG 랜더스)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친 뒤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뛴 나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는 그는 이제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겨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하다”며 쓰라린 마음을 드러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성인 국가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김광현은 2023 WBC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자신의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WBC에서 대표팀이 졸전 끝에 1라운드에서 탈락해 국가대표로서 최고의 마무리는 하지 못했어도, 애틋한 이별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와 첫 경기에서 한국이 패한 뒤 부담이 컸던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 이가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1회부터 얼굴은 물론이고 목까지 벌겋게 될 정도로 전력 투구를 펼쳤다. 비록 2이닝 4실점으로 물러난 김광현은 한국이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며 공을 뿌리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깊이 새겼다.

그런 김광현이었기에 팬들은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국가대표 김광현’과 작별을 했다.
문제는 아름다웠던 김광현의 마무리가 두 달여 만에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는 점이다. 자랑스러워하던 커리어에 먹칠을 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김광현 스스로다.

지난달 30일 한 유튜브 채널이 WBC에 출전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회 기간 일본 유흥업소에서 음주를 했다고 밝히며 파문이 시작됐다.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해당 선수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아 “WBC 기간 경기 전날 밤 스낵바에 출입한 사실은 없다. 다만 이동일인 3월7일과 휴식일 전날인 3월10일 해당 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광현은 직접 취재진 앞에 나와 해당 선수 중 한 명이 자신임을 밝혔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후배인 정철원(두산 베어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용찬(NC 다이노스)도 지인과 함께 해당 업소를 찾았다.

김광현은 지난 1일 “WBC 기간 내에 술을 마신 선수는 제가 맞다. 대회 기간에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생각 없는 행동을 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 야구계 선배와 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특히 나로 인해 연루된 후배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반성이 사태를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당시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남긴 상처도 컸다. 태극마크 앞에 언제나 진심이라고 믿었던 김광현의 일탈에 팬심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뒤다.

자부심이던 태극마크도 반납한 시점, 그간 쌓아온 국가대표 김광현에 대한 단단한 신뢰도 무너졌다. 에이스라서 더욱 터무니 없는 ‘끝내기 실책’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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