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감독 사퇴후 대행 체제로
데뷔전서 연장접전 끝 승리 거둬
“팀 어려운 상황서 지휘 맡게돼
남은 시즌 선수들과 서로 배워야”
시즌 도중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주성 DB 감독대행은 16일 현재 9위인 팀 순위를 끌어올려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원주=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주변에서 축하 인사 반, 걱정 반으로 연락이 왔다. 나도 이름 갖고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감독대행이) 됐는데 피할 수는 없다. 부딪쳐 가며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상범 감독(54)의 사퇴로 프로농구 DB 지휘봉을 잡게 된 김주성 감독대행(44)은 12일 팀 연고지인 강원 원주시 연습체육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대행으로 일주일을 보낸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았다. 나도, 선수들도 실망하지 않는 끈질긴 경기를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행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7일 현대모비스전에서 연장 끝에 94-90 승리를 따냈다. 이날 1쿼터 5분 23초에 첫 작전시간을 불렀을 때부터 이미 목이 쉬어 있던 그는 “원래 경기 진행 도중에는 소리를 안 질러도 되는데 선수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전달하려다 보니 목이 쉬었다”면서 “앞으로 선수들이 뛸 때는 목을 좀 아껴야겠다”며 머쓱해했다.
DB는 이날 김종규(207cm), 강상재(200cm)와 외국인 선수 드완 에르난데스(27·206cm)의 ‘트리플 포스트’를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코트에서 셋이 함께 뛸 때 DB의 득점 마진은 +34였다. 김 대행은 “앞으로도 김종규, 강상재를 함께 쓰며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두 선수 모두 슛이 좋아 공격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B는 이날 전반까지 15점 차로 앞섰지만 후반 승부처마다 외곽포를 내주면서 4쿼터 종료 2분 47초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전 종료 5초 전 DB가 자유투 2개를 성공해 4점 차로 달아나기 전까지 마지막 8분가량은 슛 하나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에도 김 대행은 별다른 표정 변화나 제스처가 없었다. “‘포커페이스’였느냐”고 묻자 그는 “쌓아놓은 게 없으니 흔들릴 것도 없었다”면서 “내가 소리 지른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니 일단 수비에 집중하자고 했다. 공격 패턴을 많이 못 맞춰 봐서 단순하게 지시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답했다.
결국 마지막 수비에 성공하며 김 대행에게 사령탑 데뷔전 승리를 안긴 선수들은 생방송 인터뷰 중이던 그에게 축하 물세례를 퍼부었다. 김 대행은 “다음 경기도 있는데 더 부담을 주는구나 싶었다”면서 “그래도 내가 부담감을 더 안고 임해야 하는 게 맞다. 나만 정신 차리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실수에는 서로 관대하게 넘어가되 코트에서는 투지 있게 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남은 시즌 선수들과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관계가 되고 싶다. 내 말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늘 공부하며 귀를 열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DB는 16일 현재 공동 5위 두 팀과 3.5경기 차 9위(12승 18패)다. 이번 시즌 목표를 6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은 김 대행은 “목표는 먼 곳을 보되 당장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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