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쌍웅’ 한솥밥 3년… “서로의 빈틈 채워주며 고공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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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동갑 명세터 한선수-유광우
통산 세트 1위 한선수
‘삼성화재 왕조’ 주역 유광우

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왼쪽)와 한선수. 1985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라이벌로 지내오다 2019년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원팀’이 됐다. 둘은 프로배구 출범 후 18시즌 동안 베스트7 세터 부문 트로피를 5차례씩 나눠 가졌다. 대한항공 제공
프로배구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왼쪽)와 한선수. 1985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라이벌로 지내오다 2019년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원팀’이 됐다. 둘은 프로배구 출범 후 18시즌 동안 베스트7 세터 부문 트로피를 5차례씩 나눠 가졌다. 대한항공 제공
3년 전만 해도 이 둘의 ‘투 샷’을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한 배구 팬은 거의 없었다. 1985년생 동갑내기에 포지션은 같은 세터였다. 둘은 나란히 서기보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봐야 했다. 최고 자리는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다는 승부 세계의 숙명을 보여주는 듯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나란히 서게 만든 것 또한 승부의 세계였다. 가장 껄끄러웠던 상대는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됐다. 어느새 프로 16번째 시즌을 앞둔 그들은 “부담을 나눠 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아 서로에게 감사를 전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프로배구 남자부 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의 명세터 한선수와 유광우를 23일 전남 광양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 참가 중인 대한항공의 숙소다.

두 선수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건 고교 3학년이던 2003년 18세 이하 대표팀에서다. 당시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유광우는 “선수는 개구쟁이였다. 장난기도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전국에서 1, 2위를 다퉜느냐’는 질문에 한선수는 “주목은 광우가 다 받았다. 광우네 학교가 대회를 휩쓸다시피 할 때”라고 했다. 인하대 재학 시절 동기 김요한(은퇴) 등과 함께 전관왕을 달성하기도 한 유광우는 프로 입단 후에도 ‘삼성화재 왕조’의 주역이 됐다. 그러나 팀 내 입지가 점차 좁아져 우리카드로 이적했고 이후 2019년 9월 현금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V리그 대표 세터로 성장한 대한항공 ‘원클럽 맨’ 한선수와의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두 베테랑 세터의 ‘동반 비행’은 성공적이었다. 지난 시즌 KB손해보험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서로의 빈자리를 채웠다. 한선수는 “(광우가 올 때만 해도) 노장끼리 팀을 이끌어 간다는 게 걱정이긴 했다”면서도 “서로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코트에) 번갈아 들어가며 팀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선수와 유광우는 V리그를 대표하는 세터다. 각각 들어 올린 베스트7 세터 부문 트로피(2013∼2014시즌까지는 세터상)만 5개씩이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트로피 18개 중 절반 이상을 둘이 나눠 가진 셈이다. 최다 수상 기록이다. 남자부 통산 세트 성공 1, 2위가 한선수(1만6378개)와 유광우(1만3433개)다. 삼성화재에서 일곱 번, 대한항공에서 두 번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유광우는 돌아오는 새 시즌에 10번째 챔피언 반지에 도전한다. 한선수는 그동안 챔프전 정상에 세 차례 올랐다.

한선수(37)
한선수(37)
오랜 기간 최고 세터 자리를 양분해 온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을 묻자 한선수는 “광우는 볼 컨트롤 등 전반적인 배구 감각이 탁월하다”고 추켜세웠다. 유광우는 “선수에게는 경기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는 능력이 있다. 영상도 많이 봤지만 그런 운영 능력은 한 번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더라”라고 했다.

유광우(37)
유광우(37)
새 시즌을 앞둔 둘에게 서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한선수가 “딱 한 가지다. 이젠 부상의 여파가 큰 만큼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광우도 “마찬가지다. 아프지 않고 코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롱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광우가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이라고 덧붙이며 웃자 한선수도 따라 웃었다.



광양=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명셰터#한선수#유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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