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석 덩크슛 못 줘”…맞대결 펼칠 연세-고려 특급새내기 4인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4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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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연세대 이규태, 김보배, 고려대 여준석, 박정환
왼쪽부터 연세대 이규태, 김보배, 고려대 여준석, 박정환
“유니폼만 봐도 승부욕이 올라오네요.”

대학농구의 ‘영원한 맞수’가 격돌한다. ‘숙명의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가 26일 2022 대학농구리그에서 올해 처음으로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벌인다. 고려대가 10전 전승으로 1위, 연세대는 9승 1패로 2위인 상황이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양교의 거물급 신입생들이 승부의 중심에 선다. 고려대의 여준석(20·202cm)-박정환(19·181cm), 연세대 김보배(19·203cm)-이규태(20·198cm)는 지난해 고교 무대를 접수하고 대학에 입학해서도 바로 출전 시간을 보장 받고 있는 ‘거물’ 새내기다. 최근 연세대 체육관에서 만난 이들은 라이벌 유니폼 관계가 된 것을 무척 어색해하면서도 필승을 다짐했다.

여준석은 타고난 농구 센스와 피지컬로 지난해 성인 남자 농구 대표팀에 뽑히며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는 이현중(22·미국 데이비슨대)과 함께 한국 농구 미래를 이끌 대형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준석은 주변의 높은 기대와 국가대표 커리어를 잊고 팀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여준석은 “나 혼자의 능력을 믿고 있다가 당한 경험이 있다. 용산고에 올라가기 전에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자신만만해 했는데 고교 첫 경기에서 졌다. 그 경기에서 ‘농구는 5명이 해야 되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1학년이고 욕심을 버린다고 해도 여준석은 존재 자체로 상대를 압도한다. 기본 경기력 자체가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 올해 대학리그에서도 경기당 출전 시간을 20분 전후로 조절 받으면서 평균 22.6점을 넣었다. 머리가 림에 닿을 정도의 높이에서 내리 꽂은 슬램덩크 슛도 12개나 기록했다. 지난해 용산고의 전성시대를 함께 이끈 영리한 박정환의 지원 사격까지 받는다.

왼쪽부터 연세대 이규태, 김보배, 고려대 여준석, 박정환
왼쪽부터 연세대 이규태, 김보배, 고려대 여준석, 박정환
박정환은 나이답지 않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인 포인트 가드다. 고교 선배인 허훈(상무)이 롤모델이다. 철철 넘치는 자신감을 본받고 싶다. 그러면서 프로농구 가드 레전드이자 스승인 주희정 고려대 감독과 양동근 현대모비스 코치의 현역 시절 플레이도 닮고 싶어한다. “눈만 마주쳐도 원하는 것을 안다”는 관계인 여준석의 플레이를 더 파괴적으로 살리고 싶다. 박정환은 “내가 3점 슛을 쏘거나 득점하는 것보다 팀 동료의 기회를 만드는 농구가 재밌다. 특히 코트에서 준석이의 위치를 항상 생각을 한다. 움직이는 위치, 동선에 따라 패턴의 효율이 다르다. 연세대 경기에서 준석이가 어디에 있든지 효율적으로 살리고 싶다”고 했다.

전주고의 에이스였던 김보배, 대전고의 에이스였던 이규태도 고려대 듀오를 맞아 묵묵히 칼을 갈고 있다. 김보배는 장신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SK 최준용의 대학 시절을 연상시키는 포워드다. 속공 가담이 되고 페인트 존에서 밖으로 빼주는 어시스트와 수비에서 블록, 리바운드 능력도 있다. 여준석을 공수에서 충분히 괴롭힐만하다. 김보배는 “준용 선배에게 배울 것도 있고, 많이 따라하고 있다. 슛과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 3쿼터 이후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는데 고려대 전은 이를 악물고 임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규태도 은근히 여준석에게 으름장을 놓고 신경전을 걸었다. SK 우승 주역인 안영준의 플레이 스타일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스몰포워드 이규태는 “준석이가 나오지 않았던 지난해 중고농구협회장기 대회에서 인생 경기를 썼다”며 여준석의 맞대결로 승부욕을 끄집어냈다. 당시 이규태는 대회 16강에서 상대한 무룡고에 45점을 퍼붓고 19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규태는 “준석이가 덩크슛을 할 때 무조건 파울로 막을 거다. 준석이를 막고 내외곽에서 차분하게 내 득점을 한다면 나의 새로운 인생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태는 20일 건국대 전에서 26득점을 올리면서 ‘영점 조정’을 마쳤다. 내심 고려대 전에서 3점 슛 성공률이 35%만 넘으면 큰일을 낼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했다.

“김보배와 이규태가 한꺼번에 나오면 위협적”이라던 여준석은 이규태가 강하게 도전을 하자 자신감으로 맞받아쳤다. 여준석은 본인이 원해 김태홍 코치와 학교 숙소 방을 함께 쓰면서 많은 조언과 팁을 받고 있다. 여준석은 “김 코치께서 디욘테 버튼(전 DB)처럼 욕심을 낼 때와 안 낼 타이밍을 확실히 구분해 명확한 플레이를 하라고 말해주셨다. 연세대 전에서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들 4명에게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 스타성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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