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바다로 나가려고 오늘도 힘껏 달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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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육상 1500m 이재웅

“훈련이 주는 보람을 믿고 더 큰 ‘바다’로 나가고 싶습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경기,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길지 모른다. 한국 육상 중장거리에서 드물게 나타난 유망주 이재웅(19·영천시청·사진)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필드에서 높이뛰기 우상혁(25·서천군청)이 한국 기록을 세우고 4위를 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트랙에서는 이재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스포츠 유망주에 황선우(수영) 신유빈(탁구) 등과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9일 경북 영천시민운동장에서 만난 이재웅은 “한국의 야콥이 되겠다고 늘 암시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롤모델과 꿈으로 언급한 야콥 잉게브리그스텐(노르웨이)은 도쿄 올림픽 남자 육상 1500m에서 3분28초32의 올림픽 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따낸 현 세계 최강자다. 나이는 이재웅보다 한 살 많다. 이재웅은 “야콥이 뛰는 것을 보고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육상 시작할 때 초심을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영동고에 다니던 2019년 아시아청소년대회 1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일본에서 열린 챌린지 대회 1500m에서 3분44초18을 찍으며 한국 고교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9년 18세 이하 세계 4위, 아시아 1위 기록이기도 했다. 몇 달 만에 개인 기록을 12초가량 당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각종 대회까지 취소돼 정체를 겪었다. 그래도 코로나19를 핑계로 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 대신 일본 대회의 기억을 계속 떠올리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시 3분44초대 기록을 세웠지만 내 앞에 일본 선수 4명이 결승선을 통과해 충격이 컸다. ‘많이 부족하다, 난 우물 안의 선수다’라고 절실히 느꼈다. 승부욕이 불타오른 반환점이었다.”

대학 대신 곧바로 실업팀인 영천시청에 입단한 것도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서였다. 영천시청 육상부에서 황준성 총감독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올해 두 차례 전국육상대회 남자 일반부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육상 중장거리 발전을 위해 진행 중인 ‘미사일 러닝 프로젝트’를 통해 이재웅을 세계무대로 보내고 싶다는 황 감독은 “재웅이가 계속 몸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기록보다는 몸을 컨트롤하는 훈련 보강에 집중하면서 내년 이후 시점에 스피드를 장착시킬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28∼30세에 세계적 수준의 마라톤 대회까지 뛰는 선수로 키울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500m 한국 기록은 김순형(당시 경북대)이 1993년 세운 3분38초60으로 28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 기록 경신, 아시아경기 및 올림픽 결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하나씩 넘어 한국 육상 중장거리의 이정표를 쓰는 이재웅만의 ‘오징어게임’이 시작됐다.

이재웅은 누구….
△생년월일: 2002년 9월 16일 △신체조건: 178cm, 64kg △학력: 영천 포은초-영천 영동중-영동고-영천시청 △장점: 승부욕, 근지구력 △주 종목: 1500m △2021년 주요 대회 우승: 제75회 전국육상대회 일반부 1500m·5000m 1위, 제49회 KBS배 전국육상대회 일반부 800m·1500m 1위


영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육상 1500m#이재웅#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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